[취재여록] 헛바퀴 도는 로스쿨법

로스쿨법안(법학전문대학원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법안 처리가 늦춰지면서 내용이 바뀌거나 아예 도입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중첩되고 있어서다. 로스쿨 출범이 지연되면서 신흥명문을 꿈꾸며 수십억원씩 투자한 대학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이미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배출한 이웃 일본과도 비교된다.

혼란의 진원지는 물론 정치권이다. 한때 사립학교법 개정안과의 '빅딜'설이 오가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논의조차 들을 수 없다.

전혀 성격이 다른 법이 주고받는 흥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무성의의 극치다.야당인 한나라당의 경우 당론 조차도 불명확하다.

그렇다고 법안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 같지도 않다. 한나라당은 대체법안까지 들고 나왔다. 민관 합동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오랜 논의 끝에 합의안을 마련했는데,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주장이다. 열린우리당이 "대체법안을 운운하는 것은 법안통과를 하지 말자는 얘기"라며 발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법안이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변호사 출신이 대부분인 법사위에서 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일본의 로스쿨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뒤늦게 현장방문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미덥지 못하다. 자칫 짧은 일정에 일본 로스쿨의 겉모습만 보고 올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댄 결과 지난해 로스쿨 첫 졸업생과 신사법시험 합격자를 배출하는 결실을 거두었다.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걸린 변호사들까지 나서 별도 로스쿨을 설립하는 등 나름의 성의를 표하기도 했다.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부터 논의된 법안이 아직까지 논란거리로 남았다면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심의 자체가 부실해서는 곤란하다.

적어도 '졸속 심의'라는 비판만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정태웅 사회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