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웰빙스트레스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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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 웰빙바람을 타고 대박을 터뜨릴 것이다." "웰빙흐름을 겨냥한 만큼 중산층 이상이 주 고객층이다." 식음료업체들이 제공하는 보도자료엔 '웰빙'이란 조미료가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있다. 신제품을 빛나보이게 하는데 웰빙만 한 재료가 따로 없는 모양이다.
웰빙(well-being·참살이)을 추구하는 사회문화 운동은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반면,정신적 여유와 안정을 앗아간 산업화에 대한 반성에서 탄생했다. 맛의 표준화와 미각의 동질화를 지양하고,지역 전통을 잇는 다양한 음식문화를 추구하는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이 대표적인 웰빙 사례다. 우리나라에선 2003년 이후 웰빙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웰빙'을 겨냥한 비즈니스가 번창하고 있다. 시푸드 레스토랑이 늘고,유기농산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 단전호흡과 요가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줄을 잇고 있다. 좋은 음식을 골라 먹고,몸에 좋은 운동만 집중적으로 하겠다는 데 말릴 이유가 없다. 웰빙은 어찌 보면 삶에 대한 자각(自覺)에서 시작됐다. '더'보다는 '덜' 취하자는 깨달음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웰빙'의 개념이 왜곡되면서 '웰빙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웰빙'이 비즈니스를 할 때 일종의 '완장'역할을 하면서 가격과 평판을 쥐락펴락하게 되면서 생긴 일이다. 롯데 오리온 등 제과업체들이 12월부터 도입되는 트랜스 지방 함량 표시제도를 앞두고 연초부터 트랜스 지방 제로화를 앞다퉈 선언한 적이 있다. 그 이면에는 '우리가 트랜스지방 제로화 부문에선 웰빙 원조'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였다는 후문이다. 제과업체들은 지난해 "과자가 아토피를 일으킨다"는 지적 때문에 발병이 났었다.
유가공업체들 사이에서도 웰빙원조 다툼이 한창이다. 남양유업은 '맛있는 우유 GT, '뼈건강연구소 206'을 웰빙원조로 내세우고 있다. 매일유업은 '소화가 잘되는 우유'와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 A·E를 보강한 '맛있는 비타우유'를,서울우유는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를 선보이면서 웰빙원조를 자처하고 있다. 웰빙의 당초 개념으로 돌아가보면 대량생산 제품은 웰빙의 범주에 낄 수 없다. 배척 대상일 따름이다. 그런데도 식음료업체들이 웰빙에 적합하다며 관련 제품을 쏟아내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스스로 찼든,누군가 채워줬든 간에 '웰빙 완장'을 찬 마니아 소비자들이 신제품을 요구하면,업체들은 못이기는 척 웰빙을 덧칠한 새 제품을 내놓고,그 제품은 프리미엄급으로 둔갑된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제품 리뉴얼을 한다면서 슬그머니 가격을 인상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거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웰빙이 어느 틈엔가 가격인상을 선도하는 등 경제현상으로 뿌리를 내린 결과다.
앞서나가는 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한번 높은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면 낮은 수준으로 되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웰빙=고가명품'이라는 등식을 만들어가면서 중·저가 시장을 죽이고,고가시장만 비대하게 만드는 현상은 결코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일이 아니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자는 웰빙문화가 스트레스를 만들어내는 건 비정상적이다. 서둘러 웰빙의 미망(迷妄)에서 벗어나자.
남궁 덕 <생활경제부 차장 nkduk@hankyung.com >
웰빙(well-being·참살이)을 추구하는 사회문화 운동은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반면,정신적 여유와 안정을 앗아간 산업화에 대한 반성에서 탄생했다. 맛의 표준화와 미각의 동질화를 지양하고,지역 전통을 잇는 다양한 음식문화를 추구하는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이 대표적인 웰빙 사례다. 우리나라에선 2003년 이후 웰빙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웰빙'을 겨냥한 비즈니스가 번창하고 있다. 시푸드 레스토랑이 늘고,유기농산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 단전호흡과 요가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줄을 잇고 있다. 좋은 음식을 골라 먹고,몸에 좋은 운동만 집중적으로 하겠다는 데 말릴 이유가 없다. 웰빙은 어찌 보면 삶에 대한 자각(自覺)에서 시작됐다. '더'보다는 '덜' 취하자는 깨달음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웰빙'의 개념이 왜곡되면서 '웰빙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웰빙'이 비즈니스를 할 때 일종의 '완장'역할을 하면서 가격과 평판을 쥐락펴락하게 되면서 생긴 일이다. 롯데 오리온 등 제과업체들이 12월부터 도입되는 트랜스 지방 함량 표시제도를 앞두고 연초부터 트랜스 지방 제로화를 앞다퉈 선언한 적이 있다. 그 이면에는 '우리가 트랜스지방 제로화 부문에선 웰빙 원조'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였다는 후문이다. 제과업체들은 지난해 "과자가 아토피를 일으킨다"는 지적 때문에 발병이 났었다.
유가공업체들 사이에서도 웰빙원조 다툼이 한창이다. 남양유업은 '맛있는 우유 GT, '뼈건강연구소 206'을 웰빙원조로 내세우고 있다. 매일유업은 '소화가 잘되는 우유'와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 A·E를 보강한 '맛있는 비타우유'를,서울우유는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를 선보이면서 웰빙원조를 자처하고 있다. 웰빙의 당초 개념으로 돌아가보면 대량생산 제품은 웰빙의 범주에 낄 수 없다. 배척 대상일 따름이다. 그런데도 식음료업체들이 웰빙에 적합하다며 관련 제품을 쏟아내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스스로 찼든,누군가 채워줬든 간에 '웰빙 완장'을 찬 마니아 소비자들이 신제품을 요구하면,업체들은 못이기는 척 웰빙을 덧칠한 새 제품을 내놓고,그 제품은 프리미엄급으로 둔갑된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제품 리뉴얼을 한다면서 슬그머니 가격을 인상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거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웰빙이 어느 틈엔가 가격인상을 선도하는 등 경제현상으로 뿌리를 내린 결과다.
앞서나가는 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한번 높은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면 낮은 수준으로 되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웰빙=고가명품'이라는 등식을 만들어가면서 중·저가 시장을 죽이고,고가시장만 비대하게 만드는 현상은 결코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일이 아니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자는 웰빙문화가 스트레스를 만들어내는 건 비정상적이다. 서둘러 웰빙의 미망(迷妄)에서 벗어나자.
남궁 덕 <생활경제부 차장 nkdu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