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이업종간 제휴 … '하이브리드 마케팅' 확산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회사인 배스킨라빈스는 14일부터 카페형 매장 '카페31' 압구정점과 강남역점에서 하드락 요거트를 2개 이상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경품권을 나눠주고 '겐조 아무르' 향수 신제품의 미니어처 샘플 등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유명 향수 브랜드 '겐조'의 후광을 업는 것이 매장 고급화 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겐조로서도 배스킨라빈스에 브랜드 이미지를 빌려주고 샘플 배포를 위탁,10억원가량 들어가는 론칭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기업들의 공동마케팅 기법이 같은 업종 간 '공생(symbiotic) 마케팅'에서 다른 업종 간 전략적 제휴로 이뤄지는 '하이브리드(hybrid) 마케팅'으로 진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이(異)업종 간 제휴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고객층만 겹치면 뭉친다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은 올초 디자이너 지춘희 부티크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펼쳤다.

지난 1월 말 자사 VIP 고객들에게 지춘희 디자이너 부티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원피스 파자마를 공짜로 나눠줬다.매년 지춘희 부티크는 봄 시즌이 시작되기 전 타깃 고객에게 미끼 상품을 나눠줬는데,이번엔 화장품 회사의 VIP 고객들에게 배포한 것.아모레퍼시픽은 VIP 고객에게 나눠줄 선물을 거저 얻었고,지춘희 부티크는 최근까지 구매력이 검증된 고객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제일모직의 스포츠캐주얼 브랜드 '후부'도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대중매체 광고 대신 온라인 게임 업체와 손잡고 게임에 빠져 사는 젊은 고객들을 정확히 겨낭한 마케팅을 펼쳤다.

게임 속 캐릭터에게 후부 옷을 입혀 젊은 고객들의 시선을 끄는 방법을 택한 것.후부 매장엔 리니지 게임 캐릭터 복장을 제품으로 만들어 내놓았다.◆이벤트 행사비를 아껴라

제품 출시 뒤 초기 붐업을 위해 펼치는 각종 행사 비용을 아끼기 위한 공동 마케팅 아이디어도 줄을 잇고 있다.

샴페인으로 유명한 '모엣 샹동'은 올초 국내 신제품 출시 기념 행사를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 패션쇼로 대신 치렀다.

행사장 대관료,진행 경비 등은 양사가 반반씩 부담했다.

양주 업체 진로발렌타인스도 지난달 디자이너 정욱준의 패션쇼에서 자사 신제품 '시바스 18'을 선보이는 대신 행사 비용의 약 40%를 협찬했다.

정욱준 스튜디오 관계자는 "패션쇼를 한 번 여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제품 홍보를 원하는 기업들과 나눠 질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컨셉트와 고객층만 맞으면 전혀 다른 업종 간에도 협업하는 게 당연하다"며 "특히 불황 땐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패션이나 화장품 업종의 회사들이 크게 경기를 타지 않아 마케팅비 지출이 여유로운 금융,주류 업종의 힘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차기현/박신영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