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3개국 경제교과서 '기업에 대한 시각' 비교해보니‥

'기업의 이윤 극대화가 환경 파괴,다른 집단의 피해와 위험,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중략)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을 망각한 일부 기업들의 행태에 대해 쏟아진 사회적 비난은 기업이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C교과서에 적혀 있는 기업에 대한 설명의 일부다.
반면 미국의 N교과서는 '공정한 경쟁상태 내에 있는 한 자원을 활용해 이윤을 증대시키는 것이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쓰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5종)과 미국(2종),일본(3종)의 경제 교과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의 교과서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시장 실패에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반면 이윤 추구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이나 기업가 정신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고 상의는 지적했다.상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과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 실패를 설명하는 데 각각 4~10페이지,2~7페이지의 분량을 할애했다.

또 기업 경영활동의 사례로 환경 오염이나 유해 식품 판매,대기업의 횡포 등 과거 일부 기업의 비(非)윤리적 행위를 많이 소개해 기업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반면 미국 교과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 실패에 대한 설명은 1페이지 내외에 그쳤다.대신 기업가 정신(스티브 잡스 애플 CEO)과 작은 정부(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사례를 들어 자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사례를 들어 경제 개념과 시장 원리를 소개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토크 쇼 진행자인 제이 레노가 물물교환 경제에서도 웃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특화 및 전문화의 개념을 풀이했으며 '메이저 리거인 켄 그리피 주니어 등 스포츠 스타가 너무 많은 돈을 번다고 불평하는데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얘기할까'라는 질문으로 임금결정 방식을 설명했다.일본 교과서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 실패에 대한 설명은 1페이지 내외에 그쳤다.

특히 사회적 책임에 대해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행동을 통해 안전한 제품의 제공,기술 개발,고용 촉진 등 지역 사회나 경제 사회 발전에 널리 기여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고 기술해 기업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이윤 추구에서 시작됨을 분명하게 설명했다.

시장 실패나 정부 역할 등에 대해서도 한국 교과서와 미국 교과서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한국의 C교과서는 시장 경제의 경우 소득분배 문제를 야기하고 저질의 상품을 생산하는 단점을 안고 있을 뿐더러 시장 실패로 인해 정부가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N교과서는 시장이 실패할 경우 정부 역시 실패할 수 있다며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예를 들어 공해와 같은 부정적 외부 효과에 세금을 중과할 경우 기업들이 사업을 그만두게 되며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