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대상자 명단 제출 마감… 서울시 뒤숭숭

'퇴출 후보 3%'명단 제출일인 15일 서울시청은 하루 종일 긴장이 감돌았다.

직원들은 3%에 누가 포함됐는지를 놓고 삼삼오오 모여 의견을 나누거나 어딘가 전화를 걸어 정보를 얻기도 했다.처음 도입된 제도이다 보니 평가하는 간부나 평가 대상인 직원 모두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실·국장이나 과장들은 일단 '원칙'을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의지가 워낙 확고한 데다 '일하는 조직 만들기'라는 대의에 공감하기 때문이다.한 과장은 "시에서 편법적인 퇴출 후보 선정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밝힌 만큼 원칙대로 갈 수밖에 없다"며 "팀장이나 신망 있는 직원들과 협의해 무능하거나 태만한 직원들로 명단을 짰다"고 말했다.

다른 과장도 "원칙대로 무능·불성실 직원을 찾아보면 한두 명은 꼭 있다"며 "온정주의 등에 휩쓸리지 않고 명단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가의 객관적 잣대나 선정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또 다른 과장은 "객관적 기준이 있었다면 부담이 적었을 것"이라며 "퇴출 후보로 뽑힌 직원들도 충격이 클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른 부서는 어떻게 결정하는지 눈치를 보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서야 명단을 제출하는 부서도 많았다.

서울시 인사과 관계자는 "오후 6시까지 전출 대상자 명단을 각 실·국·본부로부터 받기로 했으나 오전에는 제출한 부서가 거의 없었다"면서 "대부분 오후 늦게 명단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3%에 미달하는 숫자를 제출한 일부 부서의 경우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등 마감이 늦어질 것 같다"며 "밤샘근무를 통해 16일 오전까지 명단을 취합해 분석자료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명단에 포함된 사람이 일부 알려지면서 시청 본관과 서소문 별관에서는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다.

팀장급(5급)의 한 공무원은 자신이 퇴출 후보 3%에 포함될 것 같다는 소식을 접한 후 "왜 나야.내가 뭘 잘못했는데…"라며 사무실 책상을 엎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자신이 명단에 포함됐다는 또 다른 공무원은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나이도 젊고 능력이 있으니 다른 곳에서 데려갈 수 있어 충분히 살 수 있다며 과장이 나를 선택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방패막이' 역할을 기대하며 최근 노조에 가입하는 공무원들도 부쩍 늘었다.

임승룡 서울시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장시정추진단이 언론에 보도된 3월 초에 비해 300명 정도가 늘어난 3800여명의 조합원이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또 "14일 오 시장 면담을 통해 서로 간 입장 차이만을 확인했다"면서 "집단행동은 자제하겠지만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조합원들의 여론을 수렴해 곧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서울시는 이날 접수된 인사후보 명단을 집중 분석한 뒤 내달 10일께 현장시정추진단의 명단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관우/이호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