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첫 실험 … 울산시청 공무원들 확 달라졌네

전국 최초로 무능력 공무원 퇴출 실험을 시작한 울산시청.16일 낮 복도를 오가는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빠르다.

커피를 마시며 잡담하는 직원도,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직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지난 1월19일 울산시가 공직사회에서 함께 일하기 싫어하는 기피 인물 4명(5급 1명·6급 3명)을 '시정지원단'으로 발령을 낸 후 일어난 변화다.

공무원들의 자세 변화는 민원서비스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업무상 시청 출입이 잦은 기업인 김종성씨(45)는 "예전 같으면 한 달 이상 걸리던 민원이 단 2~3일만에 이뤄지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변해도 많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울산시의 한 간부급 공무원은 "혁신인사 이후 직원들이 종전보다 훨씬 열심히 일하고 근무태도가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한 과장(서기관)도 "여러 분야의 직원들이 팀워크를 이뤄야 하는 부문은 종전보다 일 시키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울산시청에 이어 1월23일 3명의 사무관을 대기발령낸 울산 남구청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자발적으로 업무를 찾아 나서는 공무원들이 늘어나면서 간부들의 결재 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무려 30%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시 업무에 대한 결재가 아니라 '이런 아이디어를 실행해 볼테니 사인을 해달라'는 제안성 결재 요구가 많다는 분석이다.

남구청은 무능 공무원 도태를 위한 쇄신인사의 후속타로 최근 기피부서에서 일을 잘하는 직원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키로 해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곽상희 울산시 인사계장은 "시정지원단제도를 도입한 뒤로는 공직사회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며 "공무원들의 눈빛이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한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정지원단에 발령받은 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쓰레기 분리수거 검사나 덩굴나무심기 계도활동,도로시설물 관리,공원지역 지장물 철거 등의 현장업무.

하지만 이들도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업무시간 중 게으름을 피우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주변 동료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울산 남구청의 경우 1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명예퇴직을 한 뒤 2명으로 줄어든 이들은 매일같이 각 동을 돌며 불법광고물을 떼어내고 있다.

사무관이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일들이지만 성실한 자세로 일하고 있는 것이 남구청 자체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이들은 얼마 전 구청장과의 만남에서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울산시 공무원노조 박상조 위원장(47)은 "무능 공무원으로 낙인 찍힌 직원들 가운데 우리가 선뜻 승복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시에 이의를 제기했다"면서 "조직에 긴장을 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희생양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그는 또 "사람에 대한 평가는 항시 불완전성이 따르고 계량화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공무원 조직의 균형발전을 위해 우리(노조)도 조만간 간부들에 대한 평가를 실시,이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