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수능 합격권 점수 첫 공개

고려대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최근 3년간 모집단위별 합격권 점수를 공개할 계획이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16일 "2005학년도부터 2007학년도 고려대 합격자 중 상위 75%에 해당하는 '합격 안정권'점수를 오는 3월 말이나 4월 초께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박 처장은 "입시학원들이 내는 배치표 상의 합격권 점수가 부정확해 수험생들이 오히려 혼란을 겪고 있다"며 "점수 공개 방침은 왜곡된 배치표를 바로잡고 정확한 입시 정보로 수험생들의 대학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 대학부터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실제 고려대는 이달 말부터 일선 고등학교를 방문해 진행하는 입학설명회에서 해당 고등학교 수험생들에게 학과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커트라인과 평균점수,고교별 합격생 수,졸업생 취업률,장학금 규모 등 입시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그러나 고려대의 합격성적 발표가 불러올 파장도 만만치 않다.

점수 공개가 대학별·학과별 선호도와 인기도를 넘어 '서열화'라는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박 처장은 "타 대학 입학처(장)와는 협의가 없었다"며 고려대의 단독 방침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지만 타 대학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현재 국내 대학들이 공식적으로 합격선을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주요 입시학원들이 수능시험 직후부터 'OO대 법대 합격선 OOO점'등의 부정확한 정보와 배치표를 유통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수험생들이 가채점 결과를 입력하면 표준점수와 백분위,등급과 함께 영역별 유·불리와 특정 대학 합격을 점쳐주는 온라인 컨설팅 서비스시장도 급격하게 커졌다.

일선 학교에서도 정확한 진학지도 자료가 없어 사교육업체들의 배치표에 의존하고 있긴 마찬가지다.이 밖에도 경쟁대학 간 합격권 점수를 부풀리기 위해 대학과 대형 입시사설학원 사이에 불필요한 유착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교육인적자원부 대학학무과 관계자는 "일선 고교의 진학지도 측면에서 고려대의 점수 공개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부작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