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폭탄' 맞은 부동산 시장 … 1주택 월급생활자 "팔아야 하나"

올해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6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과 목동,경기 분당 등에서는 세금이 부과되는 6월 이전에 주택을 매각하려는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특히 30평형대 이상의 중·대형 주택 한 채를 가진 월급생활자들은 보유세 납부가 버거워 서둘러 팔기 위해 이전보다 최고 1억원까지 가격을 낮춘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반면 20평형대 소형 아파트는 세금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대기수요자도 많아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세 내고 버틸 것" 움직임도

18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급증 소식이 전해진 이후 4~5건의 급매물이 나왔다. 특히 시가가 12억~13억원 정도 되는 35평형 매물 중에는 매도호가를 1억원 정도 낮춘 것도 있다고 현지 중개업자들은 밝혔다.청담 G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월급으로 보유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봉급생활자들이 주로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대치동 청실아파트 인근 S부동산 관계자도 "서둘러 팔아달라는 30평형대 급매물이 2~3건 정도 된다"며 "경기도 과천에도 집을 가진 한 2주택자는 '대치동 아파트는 놔두는 대신 과천 주택은 팔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30평형대도 매도를 문의하는 상담이 늘어나는 분위기다.압구정역 주변 한 공인중개사는 "전원주택을 고려하는 은퇴 노인들 가운데 '지금이 집을 팔 시기가 아니냐'는 상담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목동에서도 7단지 27평형 급매물이 지난 17일 6억2000만원에 나왔다.

목동 S중개업소 사장은 "27평형 실거래가격은 작년 12월 말보다 1억원가량 떨어진 7억원을 유지해왔는데,7억원 이하 매물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반면 양도세 부담이 너무 커 "보유세를 감수하고 일단 버티겠다"는 소유자들도 적지 않다.

분당에서 고가 주택이 많은 정자동 유태선 파크뷰 제1 컨설팅 대표는 "실거래가가 16억~17억원인 아파트 소유자 중에는 주택을 팔아 양도세를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12억5000만원 정도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양도세 수억원을 내느니 차라리 몇 천만원의 보유세를 감수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상은 파크뷰 부동산 이사는 "분당 1주택자가 종부세를 피하기 위해 고가 주택을 팔려고 해도 양도세를 내고 나면 분당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주택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평형대는 매물 없고,집값도 안 떨어져

신혼부부 등 대기수요자가 많은 20평형대 소형 아파트는 보유세 중과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매물이 그리 많지 않다.

서울 영등포 샘터 공인공개사는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30평형짜리 푸르지오 아파트의 경우 실거래가격이 작년부터 계속 4억3000만~4억5000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며 "오히려 도로 증축 등 앞으로의 호재에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에 관심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평촌신도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평촌역 근처 L공인중개사는 "소형 평수는 세금 영향이 거의 없어 급매물을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평촌 초원마을 부영아파트 24평형은 실거래가격이 3억6000만원 선에서 변동이 없다.

고층 아파트는 매도호가를 4억원까지 높인 경우도 있다.평촌에서 '8학군'으로 불리는 범계역 근처 목련마을 우성아파트 21평형도 매물이 거의 없어 3억4000만~3억5000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H공인중개사 대표는 "리모델링 기대감이 커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내려봐야 1000만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선화/안상미/황경남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