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언론외길 호영진씨 "우리 주변의 非상식, 이런건 고쳐야죠"

"지난 세월 뭐가 그리 바빴는지…,옹골찬 인생관 하나 세우지 못하고 허겁지겁 살다가 칠순이 돼서야 뿌리내린 생각은 모든 사물과 이치 속에는 100% 좋기만 하고 100% 나쁘기만 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30여년 동안 언론인으로 살아온 호영진 전 한국경제신문 사장(70)이 최근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고 용기있게 지적한 수상록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한국경제신문 간)을 펴냈다.저자는 이 책에서 격동과 성장,시대의 아픔을 겪으며 쉴새 없이 달려온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일그러진 문제점들을 수필을 쓰듯 담담히,때론 쓴소리를 담아 현실 문제에 대한 균형잡힌 의견을 제시했다.

1994년 '감투공화국'을 펴낸 그는 "지난 10년간 지켜보니 감투지상주의 가치관의 부작용 못지않게 이 나라의 진정한 선진화를 막는 결정적인 병인은 '뇌물주고받기'란 결론에 이르게 됐다"며 봉투로 얼룩진 사회를 지적했다.

이 밖에도 그는 우리 사회의 불완전성과 부조리 요인으로 지하철 표지판의 무성의하고 비상식적인 오기와 한글 철자를 둘러싸고 칠락팔락하는 학자들의 아집,언론 학계 등 사회 구석구석에 배정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데서 오는 비능률,성씨 제도의 문제점,사회 곳곳에 만연한 이기주의 등을 꼬집었다.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축복을 넘어 운명"이라며 "우리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희망찬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960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저자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장면정권 치하 법조보다 '무관의 제왕'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5ㆍ16 직전 조선일보에 입사,정치부 경제부 기자 등으로 활동했다.

이후 신아일보 주미특파원과 경제부장,논설위원,한국경제신문 초대 편집국장과 주필,사장 등을 역임했다. 언론계를 떠난 이후에도 숭실대와 서울산업대 등에서 경영학을 강의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