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大해부-3부 지역상권] (6)광주 상무지구‥밤 되면 깨어나는 '올빼미 상권'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는 전형적인 신도시 상권이다.

서울 여의도공원의 네 배 규모에 관공서,공기업과 사기업 사옥,유흥가,오피스텔 등 다양한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상무지구 상권을 크게 둘로 가르는 분기점은 시청로이다.

시청로를 기준으로 오른편은 상업구역으로 대형마트,음식점,주점,모텔,쇼핑몰,나이트클럽,안마소 등이 잔뜩 몰려 있다.

전형적인 유흥 상권인 셈이다.왼편에는 아파트단지와 근린 상가가 조성돼 있다.

1997년 이후 1만여가구가 입주해 광주의 대표적인 중산층 동네로 자리잡았다.

유흥 상권은 2003년 시청 이전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이후 서부교육청,한국은행 등 관공서가 잇따라 옮겨오면서 상무지구의 밤은 불야성으로 변했다.


◆땅거미 진 후 활기 띠는 유흥 상권

유흥 상권의 음식점 중 20% 정도는 '24시간 영업' 팻말을 내걸고 있다.24시간 문을 열지만 낮에는 썰렁하고 땅거미가 져야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유흥업소들이 밤새 영업하기 때문에 아침에 해장하러 음식점에 들르는 손님도 많다.

지난 24일 새벽 상무지구 최고 노른자위인 '콜럼버스시네마' 사거리.새벽 2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지만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3분에 한 대꼴로 택시들은 손님을 태우고 속속 빠져나갔다.

"밤 12시 이후로 광주 지역에서 대리운전 콜이 제일 많은 곳이 콜럼버스시네마 사거리죠." 9개월 전 권리금 4억5000만원을 주고 이곳에 문을 연 쇠고기 전문점 '우(友)마루' 대표 정성복씨가 말했다.

"상무지구는 광주 상권이 아니라 전라남도 상권이나 마찬가집니다.

번듯한 유흥가가 없는 담양,나주 등 인근 도시 사람들이 차로 30분 거리인 상무지구로 모여드는 것이지요." 우마루의 한 달 매출은 1억원 안팎.

5년 전 오픈한 콜럼버스시네마는 광주 전역에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먹자골목이 형성됐고,동구 충장로에 식상한 젊은이들도 노는 무대를 상무지구로 옮겼다.

1년 전 인근에 CGV가 생기면서 콜럼버스시네마 인기는 예전보다 못하다.

주차 시설이 편리한 CGV로 콜럼버스시네마 단골들이 옮겨간 때문이다.

김기현 밀러타임 광주상무점 대표는 "콜럼버스시네마 사거리는 상무지구에서도 가격대가 높은 가게들이 몰려 있는 만큼 거품도 많다"며 "자금력이나 아이템 부족으로 수익을 못 내는 가게도 수두룩해 섣부른 창업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 먹을거리 골목이 형성되면서 손님이 이탈하자 종업원 없이 혼자 가게를 꾸려가는 상무지구 먹자골목 '등대 아구찜' 관계자는 "콜럼버스시네마 사거리는 월세가 비싸 1년을 못 버티고 나오는 업주들이 많다"며 "이곳 먹자골목은 손님 수가 적어도 월세가 싸서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광주시청 이전에 큰 기대를 걸고 2001년 시청 터 왼편에 형성된 상무지구 먹자골목은 시청 이전으로 오히려 된서리를 맞았다.

콜럼버스시네마 사거리를 중심으로 유흥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단골 손님마저 빠져나갔기 때문.인근 부동산 업소 관계자는 "몇몇 잘 되는 곳에만 손님이 몰린다"며 "현재 먹자골목의 가게 상당수가 매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 주부 주름잡는 동네 상권

시청로 왼편으로 늘어선 아파트단지는 광주에서 손꼽히는 중산층 동네다.

소비 여력이 있는 주민들을 잡기 위해 가게들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00년 '놀부보쌈과 돌솥밥' 가맹점을 열어 번 돈으로 2개의 분점까지 낸 정대희씨는 "7년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며 "이젠 상무지구도 치열한 경쟁 체제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김용범 블루클럽 점주도 "3년 전 하루 손님 수가 80명이었으나 현재 50∼55명으로 줄었다"며 "유사 업종이 많이 생겨 해가 갈수록 장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젊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업종은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인근 아파트 30∼40대 주부들이 주 고객이라는 정영애 '비너스 와코루' 상무점 사장은 "몸매 관리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이 늘면서 한 달 매출 2000만원 선은 꾸준히 유지한다"며 "해마다 매출이 5∼10%씩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 고객이 특히 많은 파리바게뜨 상무백양점은 하루 평균 고객이 300명에 이를 정도다.1999년 개장해 주말에 하루 400만원까지 매출을 올린다는 '제주항 해물탕' 관계자도 "상무지구는 지속적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성장성이 돋보이는 곳"이라며 "전망이 밝은 만큼 다른 지역에서 옮겨오려는 상인들이 많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성호/성선화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