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중동서 韓美FTA '총지휘'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위한 준비 작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후속 조치 일정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타결 의지가 그만큼 강한 데다 협상도 손안에 들어올 정도로 이견이 좁혀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유지나 쌀 개방을 고집한다면 한·미 FTA는 마지막 순간 결렬될 수도 있다.그러나 미국도 타결 의지가 만만치 않다.

백악관 직속 기관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커트 통 아시아경제담당관을 협상에 투입한 것이 그런 사례다.

통상장관 협상은 사흘째 자동차 농산물 등을 놓고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지만 협상 막바지인 29,30일엔 급속도로 진전될 것으로 전망된다.◆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지휘

FTA 협상은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이 총 지휘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27일 저녁(현지시간 기준) 한·카타르 정상회담을 끝으로 중동 3개국과의 공식 외교 일정을 실제적으로 마무리한 뒤 28일에는 FTA 상황을 직접 챙기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순방기간 내내 거의 리얼 타임(Real time)으로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며 "28일 대통령의 스케줄이 여유 있게 짜여진 것도 FTA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시한에 급급해하지 않을 것이며 타결 자체보다는 내용에 더 의미를 둘 것이라면서도 타결 후 대국민 담화 가능성을 흘리는 등 시한 내 타결 쪽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수행 중인 윤대희 경제수석은 이날 쌀과 쇠고기가 딜 브레이커(deal breaker·협상 결렬 요인)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 아닌가"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청와대 관계자는 협상 최종 타결을 위해 노 대통령이 현지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것이라는 관측과 관련,"유동적인 상황이지만 통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협상의 고비를 풀기 위한 하나의 카드로 유효하다"고 말했다.

◆협상 기간 연장은 어려워

미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27일(미국시간) 미 행정부의 무역촉진권(TPA)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한·미 FTA 협상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 하원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노동과 환경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기존 통상정책 기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무역정책안을 발표했다.

찰스 랑겔 세출위원장(민주당)은 "수입 증가로 실직하는 미국인을 보호하는 방안도 담고 있는 새 무역정책안은 공화당의 '실질적인 양보'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 하원 민주당 지도부는 공화당이 새 무역 정책에 합의하면 TPA 시한을 연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이에 대해 협상단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볼 때 TPA가 연장되더라도 한동안 공백기가 있었다"며 "현재로서는 TPA 시한 연장 가능성에 한·미 FTA 협상 타결 여부가 영향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도하=이심기/서울=김현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