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텃밭'은 옛말? … 대기업 진출 잇따라

'현대 텃밭' 울산에 외지 대형 업체들의 진입이 잇따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쌍용자동차 롯데백화점 등 그동안 울산지역에 연고가 전혀 없던 대기업까지 울산으로 속속 몰려드는 양상이다.울산이 다른 지방도시와 달리 경기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지역경제를 사실상 독점해온 현대 계열사 간 결속이 범(汎)현대그룹의 해체와 함께 크게 느슨해지면서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옛 대우그룹 계열사의 울산 진출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의 최대 협력업체인 신한기계를 인수,울산에 조선기자재 사업의 거점을 마련했다.이 회사는 신한기계를 향후 해상 원유시추설비의 생산 거점기지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기계는 지난해 매출액이 2300억원으로 현대중공업의 선수와 선미 등 조선블록부분 외주물량만 30%가량 납품해왔다.

부산에 본사를 둔 대우버스글로벌도 지난해 8월 울주군 상북면 길천산업단지에 연간 1만대 생산 규모의 울산공장을 건립,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에서 버스를 생산하지 않는 틈새를 파고들어 대우버스가 장기적으로 부산공장 생산라인을 울산공장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어 울산이 대우버스의 본거지로 부상할 공산이 커졌다.

대우건설은 최근 울산 최대 규모의 재건축단지 가운데 하나인 동구 일산아파트 3지구 재건축사업권을 따냈다.

당초 현대건설이 시공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대우건설은 1100가구 규모의 노후 아파트를 철거한 뒤 1325가구분의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옛 대우 계열사 이외 기업 중에서는 쌍용자동차의 가세가 눈에 띈다.

쌍용차의 진출로 현대차 중심의 울산 자동차 산업구조가 다변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27일 울산산업진흥테크노파크와 신차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쌍용차는 소음진동 분야는 물론 자동차 비파괴 시험과 환경영향성 평가 등으로까지 신차공동 연구개발 범위를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2000년 초반만 해도 거대 현대계열 가족을 기반으로 현대백화점이 사실상 독차지해온 울산 유통시장도 롯데백화점과 삼성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랜드 메가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의 잇단 진출로 무한경쟁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울산은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액이 3600만원으로,전국 최고를 기록할 만큼 구매력이 높은 '황금 시장'으로 꼽힌다.

국내 최대 부자도시이면서도 주거 유통 금융 등 각종 인프라가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것도 외지 업체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여기에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 현대미포조선 등 울산에 소재한 현대 그룹 계열사끼리 밀어주던 형태의 지원이 계열분리로 완전히 사라지면서 울산은 외지 기업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울산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울산은 범현대계열 근로자만 8만여명,그 가족을 합하면 울산 인구(108만명)의 3분의 1에 달해 사실상 현대 왕국이나 다름없어 과거 몇 년 전만 해도 외지 기업의 울산 진출은 생각할 수 없었으나 최근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