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호시탐탐… 증권社 '귀하신 몸'

은행들이 자본시장 확대에 대비해 너도나도 증권사 인수를 선언하면서 증권주가 또다시 인수·합병(M&A) 테마에 휩싸일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증권업계 구조상 M&A가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원증권의 한국투자증권 인수 등 최근 2~3년간 증권업계 재편 과정에서 진행된 대형 짝짓기가 마무리된 가운데 추가 매물로 나온 증권사의 경우 여러 문제로 M&A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재료가 많다. 증권사 수익의 바로미터격인 거래대금이 다시 늘고 있고 증권선물거래소 상장에 따른 대규모 수혜,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제정 기대감 등이 그것이다.

◆M&A 현실화될까

최근 기업은행이 투자은행(IB)에 강한 중소형 증권사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부산은행도 증권사 인수를 추진키로 하는 등 은행들의 증권사 인수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 시도가 불발된 국민은행도 증권사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현재 M&A 잠재 대상이 될 수 있는 증권사로는 대우 현대 대신 부국 한양증권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모회사인 산업은행의 체제 개편 과정에서 매물로 나올 수 있으며,현대와 대신증권은 자기자본이 1조원 이상으로 많지만 대주주 지분율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외부에서 충분히 탐을 낼 만한 증권사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 증권사의 M&A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의 경우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설사 매물로 나온다 하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최소 2조원대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 정도를 주고 살 만한 곳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현대와 대신의 경우도 대주주 측이 매각 의사가 전혀 없어 공개매수를 통할 경우 인수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현실적으로 M&A가 가능한 곳은 몇몇 중소형사밖에 없다"며 "증권주의 M&A 테마에 너무 기대를 걸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멀리 보면 주가 전망 밝아그러나 최근 바뀌고 있는 증시 환경을 보면 증권주 전망은 밝다는 분석이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금융팀장은 "일평균 거래대금의 회복 추세와 거래소 상장에 따른 수혜,자통법 시행 시 증권사 경쟁력 강화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업종"이라고 말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2분기 3조원대로 바닥까지 떨어진 후 점차 증가세를 보이다 올 2월부터는 다시 5조원대로 늘어났다.

한 팀장은 "거래대금 5조원대면 대형사든 중소형사든 수수료 수입만으로도 평균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실제 증권사 대부분이 2월 이후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 거래소 상장이 성사될 경우 주주인 증권사들은 회사별로 수백억원대의 상장 차익이 기대된다. 게다가 주가는 아직 과거 최고 수준의 65% 선에 머물고 있다. 김원열 교보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종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대 진입을 앞두고 있는데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배 수준으로 1999년의 3.6배에 비해 크게 낮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