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자의 와인이야기] 달콤한 아이스와인 독일ㆍ캐나다産 최고

스위트 와인은 일반적으로 '귀부병(Noble Rot,고귀한 썩음)'이라는 일종의 곰팡이를 통해 만들지만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스위트 와인도 있다. 바로 아이스 와인이다. 10월 말에서 11월 중순쯤 포도의 당분이 높아질 때 수확해서 만든 와인을 레이트 하베스트(Late Harvest)라고 하는데 아이스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이보다 더 늦은 12월이나 이듬해 1월에 딴다.

눈이 오고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 포도가 얼어야 비로소 수확에 나선다. 그래서 이름이 아이스 와인이다. 행여 포도가 녹을세라 밤이나 이른 아침에 포도를 거둘 정도다. 아이스 와인을 만들기 위해 늦게 수확한 포도를 일부러 냉동 보관하기도 한다.수확한 언 포도는 압착해서 높은 잔당의 포도즙을 얻어낸 다음 낮은 온도에서 수분을 제거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잔당뿐만 아니라 산도 함께 응축되는데 아이스 와인이 단 이유는 이 때문이다.

스위트 와인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이스 와인은 기원이 불분명하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독일의 프란코니아 지역에 강추위가 몰려오면서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추운 겨울이 닥쳐 포도가 다 얼어버렸는데 프란코니아 와인 메이커들은 어쩔 수 없이 이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 그런데 의외로 맛이 기가 막혔던 것이다. 물론 그 시작이 어떠했든 우리가 아이스 와인을 맛 볼 수 있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아이스 와인은 열대 과일 향인 사과,복숭아,망고 등의 농익은 과일 향이 풍부하다. 미네랄 같은 신선한 향이 조화를 이뤄 무겁지 않고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또 추운 기후에서 자란 포도로 생산해 신선한 산미가 여느 스위트 와인보다도 돋보인다. 자칫 높은 잔당 때문에 끈적거릴 수도 있겠건만 아이스 와인은 맛의 균형을 잃지 않고 깔끔하면서 깊은 맛을 담아 낸다. 다만 아이스 와인은 제조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소량만 생산되고 가격도 비싸다는 점이 아쉽다.아이스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을 살펴보면 먼저 독일을 꼽을 수 있다. 아이스 와인의 고향으로 약 1700년 중반에 처음 생산됐다. 독일의 추운 기후가 이러한 아이스 와인을 생산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덕이다. 주로 리슬링(Riesling)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이와 비슷한 기후 조건을 가진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 또한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전에도 언급한 바 있는데 아이스 와인은 일반 와인잔보다 볼이 좁고 길쭉한 잔을 사용한다. 꼭 아이스 와인잔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아이스 와인잔으로 마셔보면 맛의 밸런스와 하모니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