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타결-긴급좌담회] "산업전반 구조조정 못해내면 선진화 효과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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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세계 최대 무역국인 미국과의 협상이라는 점과 단일 국가 간 협상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협상 기간 내내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경제신문은 2일 협상 타결 즉시 합의안의 성과와 과제를 알아보기 위해 본사 17층 회의실로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장,박태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을 초청,정규재 본사 논설위원의 사회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참석자들은 이번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시장 개방이라는 원칙에서 볼 때 평균 이상의 협상이었으며 한국이 글로벌 시장으로 한 발 더 내딛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은 "교육 의료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비스 분야에 대한 개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FTA의 성과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에서 자발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현오석 원장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최병일 원장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박태호 교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사회=정규재 한경 경제연구소장
▲사회(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번 FTA 타결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현오석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흔히들 FTA 성과를 얘기할 때 "뭘 줬다,뭘 받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보다는 전체적으로 우리의 경쟁력 증진에 얼마나 기여할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런 의미로 볼 때 낮은 수준이냐,높은 수준이냐를 떠나 '선진화된 수준'이다고는 얘기하고 싶다.
이번 협상에서 거의 모든 분야를 다뤘다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한다.FTA를 얘기할 때 생산자 중심의 FTA만 봤는데 소비자의 측면에서 효과가 논의된 점도 높이 평가한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한국이 지난 50여년간 미국과 군사 동맹을 지속해 왔다면 이젠 경제 동맹에서 새 지평을 열었다고 본다.
미국이라는 거대 경제권과 FTA를 추진하면서 얻은 힘이 다른 나라와의 무역 협상에서도 도움을 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봤을 때 서비스 분야의 개방 수준이 낮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경제 제도의 선진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경제 제도 합리화와 선진화에 한 발짝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박태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이번 한·미 FTA는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를 빼놓고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활약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있을 EU 중국 일본 등과 FTA 체결에도 매우 좋은 사례를 남겼다.
한·미 양국이 공세적 입장을 취했던 자동차 분야에서도 절묘하게 타협이 됐고,농업과 섬유 분야 등 각국의 민감한 분야를 상호가 이해해 주는 등 양국의 이득이 균형적으로 반영된 인상을 받았다.
다만 서비스 쪽에서는 한국 측의 유보가 너무 많았고,반대로 무역 규범 및 제도 면에선 미국의 의도가 꽤 많이 들어간 느낌도 든다.
▲사회=이번 FTA에 대해 종목별로 실제 이득을 따져볼 때도 괜찮은 수준인가.
△최 원장=흔히 협상을 하다 보면 경제 논리와 협상의 논리가 충돌된다.
경제학자들은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협상의 논리는 상호주의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자동차 분야에서 그렇게 파격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배기량 3000cc를 기준으로 서로가 일부 양보하면서 '윈-윈'한 협상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쇠고기 문제도 적정선에서 합의를 도출했다고 본다.
FTA와는 별개로 다뤄져야 할 쇠고기 문제가 끝까지 협상을 어렵게 만든 것은 전략 미스라는 지적이 있지만 그것은 관련 부처와 통상교섭본부의 교류가 너무 안 됐기 때문이다. 농민과 소비자 이익을 균형되게 봐야 하는데 국내 축산 농가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오해를 사기 쉬웠다.
▲사회=쌀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아둔 것은 잘한 것으로 보나.
△현 원장=협상 전략상 쌀도 하나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카드를 하나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박 원장=쌀은 국내 협상용이었다.
이번 미국과의 협상 자체보다는 국내 여론을 좀더 편하게 하기 위한 정부 측의 카드라고 본다.
또한 미국 측에서도 사실 앞으로 한국이 수입해야 할 미국 쌀의 쿼터(할당량)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쌀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 측면이 있다.
△최 원장=역시 쌀은 FTA반대 범국민운동본부 등 국내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한·미 FTA를 NAFTA와 비교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나.
또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과 이런 수준의 FTA를 앞으로 할 수 있나.
△박 원장=예를 들어 중국과 우리가 지식재산권 문제나 농업 문제 등을 이 정도 수준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상당히 진일보한 FTA라고 할 수 있다.
△최 원장=전문직 인력 이동과 같은 문제에서 볼 때 NAFTA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은 NAFTA에 못지 않은 수준이다.
심도는 조금 낮았지만 다루는 범위는 상당히 다양했다.
▲사회=현 FTA 체결에 대해 반대도 매우 많다.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의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현 원장=지원 규모는 충분히 키워줄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집행의 감독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충분한 지원을 하되 감독을 철저히 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분야로 자원이 배분되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
△최 원장=조금은 생각이 다르다. 구조조정 할 때는 확실히 한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향후 EU와 FTA를 논의할 때도 농산물은 이슈가 된다. 사실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가져야 한다. 충격받을 건 받아야 한다.
△박 원장=문제는 인식의 전환이다. 사실 한·칠레 FTA 이후에도 바뀐 건 하나도 없다. 사회 전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그다지 촉진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구조조정을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이번 FTA 체결 과정을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것으로 보는가.
△박 원장=최소한 진정성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도 농업이 개방돼야 한다고 말한 대통령은 없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런 말도 내놓을 정도로 개방에 대한 진정성은 있다고 본다.
노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와 시장 개방을 같이 하겠다고 얘기한 것은 미래도 살리며 민생도 챙기겠다는 의지로 본다.
△현 원장=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면 된다.
한국 경제에 관한 돌파구를 제시해 보라고 누군가에게 질문한다면 결국 답은 FTA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도 결국 FTA라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최 원장=노무현 정부는 반미 정서에 힘입어 대권을 잡기도 했지만 경제적 측면에선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불가피성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FTA가 실제적으로 이행되면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박 원장=어찌 보면 FTA라는 것도 생물체와 같은 것이다.
이득이 거의 없을 수도 있고 극대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FTA가 체결됐다 하더라도 반대 세력이 많으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정부에서는 FTA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과감한 구조조정의 성공 사례들을 발견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또 현재 국민들이 갈려 있는데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신뢰감을 줘야 한다.
대통령도 얻는 점과 잃는 점을 다 같이 말하고 대응책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부처가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들은 안심을 할 것이고 이럴 때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 원장=개방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이 칠레와 FTA를 체결할 당시 반짝했던 개방에 대한 인식이 이미 사라져버린 지 오래다.
이번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개방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돼 있고 합리적인 생각을 가졌다면 이렇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FTA 협상 이후 모든 것을 금방 잊어버릴 게 아니라 개방에 대한 인식을 계속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
또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일단 규제가 매우 많아 내부적인 문제가 많이 도출되는데 정부의 규제 철폐 노력이 요구된다.
△최 원장=멕시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농가가 시장 개방까지 얻은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년 15년 후 우리 농가 다 망했다는 얘기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10대 통상국이다.
시장 개방이 결국 우리 산업의 이득으로 갈 수 있도록 남은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박 원장=제조업도 중요하지만 서비스 분야,특히 금융 서비스가 중요하다.
한·중·일이 모두 공통적으로 약한 분야가 금융 서비스인데 좀더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이번에 서비스 분야는 법률 시장이나 조금 열고 말았지만 서비스 같은 분야도 점차 개방해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제조업 경쟁력도 높이게 된다.
미래의 성장 동력을 서비스에서 찾아야 한다.
얼마 전 파이낸셜타임스가 중국과 일본에 끼어 한국이 표류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발전 전략이다.정부의 역할이 크게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은 2일 협상 타결 즉시 합의안의 성과와 과제를 알아보기 위해 본사 17층 회의실로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장,박태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을 초청,정규재 본사 논설위원의 사회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참석자들은 이번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시장 개방이라는 원칙에서 볼 때 평균 이상의 협상이었으며 한국이 글로벌 시장으로 한 발 더 내딛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은 "교육 의료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비스 분야에 대한 개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FTA의 성과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에서 자발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현오석 원장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최병일 원장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박태호 교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사회=정규재 한경 경제연구소장
▲사회(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번 FTA 타결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현오석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흔히들 FTA 성과를 얘기할 때 "뭘 줬다,뭘 받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보다는 전체적으로 우리의 경쟁력 증진에 얼마나 기여할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런 의미로 볼 때 낮은 수준이냐,높은 수준이냐를 떠나 '선진화된 수준'이다고는 얘기하고 싶다.
이번 협상에서 거의 모든 분야를 다뤘다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한다.FTA를 얘기할 때 생산자 중심의 FTA만 봤는데 소비자의 측면에서 효과가 논의된 점도 높이 평가한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한국이 지난 50여년간 미국과 군사 동맹을 지속해 왔다면 이젠 경제 동맹에서 새 지평을 열었다고 본다.
미국이라는 거대 경제권과 FTA를 추진하면서 얻은 힘이 다른 나라와의 무역 협상에서도 도움을 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봤을 때 서비스 분야의 개방 수준이 낮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경제 제도의 선진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경제 제도 합리화와 선진화에 한 발짝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박태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이번 한·미 FTA는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를 빼놓고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활약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있을 EU 중국 일본 등과 FTA 체결에도 매우 좋은 사례를 남겼다.
한·미 양국이 공세적 입장을 취했던 자동차 분야에서도 절묘하게 타협이 됐고,농업과 섬유 분야 등 각국의 민감한 분야를 상호가 이해해 주는 등 양국의 이득이 균형적으로 반영된 인상을 받았다.
다만 서비스 쪽에서는 한국 측의 유보가 너무 많았고,반대로 무역 규범 및 제도 면에선 미국의 의도가 꽤 많이 들어간 느낌도 든다.
▲사회=이번 FTA에 대해 종목별로 실제 이득을 따져볼 때도 괜찮은 수준인가.
△최 원장=흔히 협상을 하다 보면 경제 논리와 협상의 논리가 충돌된다.
경제학자들은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협상의 논리는 상호주의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자동차 분야에서 그렇게 파격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배기량 3000cc를 기준으로 서로가 일부 양보하면서 '윈-윈'한 협상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쇠고기 문제도 적정선에서 합의를 도출했다고 본다.
FTA와는 별개로 다뤄져야 할 쇠고기 문제가 끝까지 협상을 어렵게 만든 것은 전략 미스라는 지적이 있지만 그것은 관련 부처와 통상교섭본부의 교류가 너무 안 됐기 때문이다. 농민과 소비자 이익을 균형되게 봐야 하는데 국내 축산 농가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오해를 사기 쉬웠다.
▲사회=쌀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아둔 것은 잘한 것으로 보나.
△현 원장=협상 전략상 쌀도 하나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카드를 하나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박 원장=쌀은 국내 협상용이었다.
이번 미국과의 협상 자체보다는 국내 여론을 좀더 편하게 하기 위한 정부 측의 카드라고 본다.
또한 미국 측에서도 사실 앞으로 한국이 수입해야 할 미국 쌀의 쿼터(할당량)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쌀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 측면이 있다.
△최 원장=역시 쌀은 FTA반대 범국민운동본부 등 국내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한·미 FTA를 NAFTA와 비교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나.
또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과 이런 수준의 FTA를 앞으로 할 수 있나.
△박 원장=예를 들어 중국과 우리가 지식재산권 문제나 농업 문제 등을 이 정도 수준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상당히 진일보한 FTA라고 할 수 있다.
△최 원장=전문직 인력 이동과 같은 문제에서 볼 때 NAFTA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은 NAFTA에 못지 않은 수준이다.
심도는 조금 낮았지만 다루는 범위는 상당히 다양했다.
▲사회=현 FTA 체결에 대해 반대도 매우 많다.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의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현 원장=지원 규모는 충분히 키워줄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집행의 감독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충분한 지원을 하되 감독을 철저히 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분야로 자원이 배분되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
△최 원장=조금은 생각이 다르다. 구조조정 할 때는 확실히 한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향후 EU와 FTA를 논의할 때도 농산물은 이슈가 된다. 사실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가져야 한다. 충격받을 건 받아야 한다.
△박 원장=문제는 인식의 전환이다. 사실 한·칠레 FTA 이후에도 바뀐 건 하나도 없다. 사회 전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그다지 촉진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구조조정을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이번 FTA 체결 과정을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것으로 보는가.
△박 원장=최소한 진정성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도 농업이 개방돼야 한다고 말한 대통령은 없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런 말도 내놓을 정도로 개방에 대한 진정성은 있다고 본다.
노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와 시장 개방을 같이 하겠다고 얘기한 것은 미래도 살리며 민생도 챙기겠다는 의지로 본다.
△현 원장=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면 된다.
한국 경제에 관한 돌파구를 제시해 보라고 누군가에게 질문한다면 결국 답은 FTA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도 결국 FTA라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최 원장=노무현 정부는 반미 정서에 힘입어 대권을 잡기도 했지만 경제적 측면에선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불가피성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FTA가 실제적으로 이행되면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박 원장=어찌 보면 FTA라는 것도 생물체와 같은 것이다.
이득이 거의 없을 수도 있고 극대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FTA가 체결됐다 하더라도 반대 세력이 많으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정부에서는 FTA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과감한 구조조정의 성공 사례들을 발견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또 현재 국민들이 갈려 있는데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신뢰감을 줘야 한다.
대통령도 얻는 점과 잃는 점을 다 같이 말하고 대응책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부처가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들은 안심을 할 것이고 이럴 때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 원장=개방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이 칠레와 FTA를 체결할 당시 반짝했던 개방에 대한 인식이 이미 사라져버린 지 오래다.
이번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개방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돼 있고 합리적인 생각을 가졌다면 이렇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FTA 협상 이후 모든 것을 금방 잊어버릴 게 아니라 개방에 대한 인식을 계속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
또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일단 규제가 매우 많아 내부적인 문제가 많이 도출되는데 정부의 규제 철폐 노력이 요구된다.
△최 원장=멕시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농가가 시장 개방까지 얻은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년 15년 후 우리 농가 다 망했다는 얘기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10대 통상국이다.
시장 개방이 결국 우리 산업의 이득으로 갈 수 있도록 남은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박 원장=제조업도 중요하지만 서비스 분야,특히 금융 서비스가 중요하다.
한·중·일이 모두 공통적으로 약한 분야가 금융 서비스인데 좀더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이번에 서비스 분야는 법률 시장이나 조금 열고 말았지만 서비스 같은 분야도 점차 개방해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제조업 경쟁력도 높이게 된다.
미래의 성장 동력을 서비스에서 찾아야 한다.
얼마 전 파이낸셜타임스가 중국과 일본에 끼어 한국이 표류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발전 전략이다.정부의 역할이 크게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