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시대] '우체국 보험' 금감위서 감독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인해 그동안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우체국보험과 농협공제 등 유사보험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건전성 감독에 나서게 된다.

특히 우체국보험은 변액보험 퇴직연금 손해보험 등의 취급이 제한된다.보험업계는 유사보험의 연간 시장규모가 13조5000억원(수입보험료)으로 전체 민영보험시장의 14.5%를 차지하는 만큼 국내 보험산업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4일 발표한 '한·미 FTA 금융부문 협상 결과 및 향후 대응 방안'에 따르면 단기 세이프가드(safe guard) 도입과 함께 쟁점 사항이었던 우체국보험 및 4대 공제기관의 불공정거래와 관련,양측은 금융감독당국의 건전성감독을 강화하는 쪽으로 합의했다.

우선 우체국보험의 위험관리위원회와 적립금운용심의회 위원의 과반수를 금감위가 추천·임명토록 했다.또 금감위가 우체국보험의 재무제표와 결산서류 등을 심사해 의견을 제시하면 우체국보험은 이에 따라야 한다.

이와 함께 우체국보험의 상품 가입한도(4000만원)를 늘리거나 신상품을 개발할 때 금감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농협공제 수협공제 새마을공제 신협공제등 4대 공제의 경우 협정 발효 후 3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 지급여력기준에 대해 금감위가 감독권을 행사하도록 했다.이들 유사보험은 일반 민영보험과 달리 금융감독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농림부(농협공제) 새마을금고(행정자치부) 등 해당부처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국계 보험사뿐 아니라 국내 보험사들은 오래전부터 감독규제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감독 일원화를 요구해왔다.보험업계는 정부기관인 우체국보험이 금감위로부터 약관 및 보험료 등에 대한 심사를 받게됨으로써 무분별한 상품개발이 제약돼 민영 보험업계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유사보험에 대한 금감위의 건전성 감독강화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이며 장기적으로 유사보험기관들에 대한 감독일원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위기 시 급격한 외화유출을 막을 수 있는 단기 세이프가드 조치(자본거래 허가제)를 얻어낸 것도 긍정적인 결과로 평가된다.

신제윤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은 "현행 외국환거래법은 기한을 6개월로 하고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돼있으나 한·미 FTA에서는 이 기간을 1년으로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또 우리나라에 현지법인이나 지점을 설립하지 않고 해외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경간 거래'는 무역관련 보험서비스(해상·항공보험 등) 등으로 한정했다.

한쪽 국가에는 있지만 상대 국가에는 없는 신 금융상품의 공급은 △국내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금융감독당국의 심사 및 허가를 거쳐 △현지법인이나 지점을 통해서만 판매하도록 합의했다.

이장영 금감원 부원장보는 "자본시장통합법의 세부 내용에 따라 아직 우리나라에 없는 첨단 금융상품의 도입이 이뤄질 수 있다"며 "첨단 금융상품에 대해 감독당국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투자자 및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은행이 미국 뉴욕주에 진출 시 자산유지의무 비율(90%)을 폐지키로 결정하는 등 국내 금융기관의 미국 진출 요건이 완화됐다.정채웅 금감위 기획행정실장은 "장기적으로 현지법인·지점 등에 대한 포괄적 개방과 신금융서비스의 개방 등으로 외국 금융사의 진출이 확대돼 우리 금융회사의 경쟁력 강화 및 금융감독 규제의 투명성과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진모/박준동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