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스터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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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맘'(Mr. Mom)이란 말이 알려진 건 1983년. 마이클 키튼 주연의 영화제목으로 퍼졌다. 93년 작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남자엄마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주인공은 성격 좋은 쾌활남이지만 경제관념은 꽝이다. 이혼 당하고 양육권을 뺏긴 그는 할머니가정부로 분장하고 자식들을 보살핀다.
2000년,TV드라마 '아줌마'에선 고정수입이 없는 남자 평론가가 태어날 아이의 양육을 책임진다는 조건으로 여자교수와 결혼한다. 5년 뒤 나온 '불량주부'에선 마초가장이던 구수한이 실직한 뒤 취업한 아내 대신 살림을 떠맡는다. '미스터 맘'은 국내에서도 더 이상 낯설거나 기이한 존재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최근 10년간 미스터 맘이 급증,시간제 및 재택 근무자를 더하면 200만명이 넘는다는 보도다. 단체와 연례회의가 생기고 관련잡지가 창간됐는가 하면 심지어 기저귀용 주머니가 달린 양복 재킷까지 나왔다고 한다. '재택 아빠'(stay-at-home dad)로도 불리는 미스터 맘이 늘어나는 건 어디까지나 현실적 필요 때문으로 여겨진다.
전같으면 실직 등으로 집에 들어앉게 된 남자가 할 수 없이 전업주부(專業主夫)가 됐지만 맞벌이가 대부분인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부부 중 누군가는 육아와 가사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봉과 직책,발전 가능성 면에서 뒤지는 쪽이 바깥일을 포기하거나 줄이고 집안일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 팩커드(HP) 회장의 남편 프랭크가 장래 촉망되는 피오리나와 결혼한 뒤 AT&T 임원을 그만두고 미스터 맘이 됐다는 식이다. 미스터 맘의 증가는 여성의 사회진출 일반화와 더불어 '남편은 돈 벌고,아내는 살림한다'는 부부역할 개념이 확연히 변하고 있음을 전한다. 아버지가 기른 아이가 사회문제에 더 잘 대처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그러나 가부장적 사고가 여전한 국내에서 남자주부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집안일이 적성에 맞는 남자도 있다. "남자가 오죽 못났으면"이란 식의 눈길에 따른 자괴감 없이 적성껏 미스터 맘을 선택할 수 있으면 출산율은 다소 높아질지 모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2000년,TV드라마 '아줌마'에선 고정수입이 없는 남자 평론가가 태어날 아이의 양육을 책임진다는 조건으로 여자교수와 결혼한다. 5년 뒤 나온 '불량주부'에선 마초가장이던 구수한이 실직한 뒤 취업한 아내 대신 살림을 떠맡는다. '미스터 맘'은 국내에서도 더 이상 낯설거나 기이한 존재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최근 10년간 미스터 맘이 급증,시간제 및 재택 근무자를 더하면 200만명이 넘는다는 보도다. 단체와 연례회의가 생기고 관련잡지가 창간됐는가 하면 심지어 기저귀용 주머니가 달린 양복 재킷까지 나왔다고 한다. '재택 아빠'(stay-at-home dad)로도 불리는 미스터 맘이 늘어나는 건 어디까지나 현실적 필요 때문으로 여겨진다.
전같으면 실직 등으로 집에 들어앉게 된 남자가 할 수 없이 전업주부(專業主夫)가 됐지만 맞벌이가 대부분인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부부 중 누군가는 육아와 가사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봉과 직책,발전 가능성 면에서 뒤지는 쪽이 바깥일을 포기하거나 줄이고 집안일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 팩커드(HP) 회장의 남편 프랭크가 장래 촉망되는 피오리나와 결혼한 뒤 AT&T 임원을 그만두고 미스터 맘이 됐다는 식이다. 미스터 맘의 증가는 여성의 사회진출 일반화와 더불어 '남편은 돈 벌고,아내는 살림한다'는 부부역할 개념이 확연히 변하고 있음을 전한다. 아버지가 기른 아이가 사회문제에 더 잘 대처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그러나 가부장적 사고가 여전한 국내에서 남자주부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집안일이 적성에 맞는 남자도 있다. "남자가 오죽 못났으면"이란 식의 눈길에 따른 자괴감 없이 적성껏 미스터 맘을 선택할 수 있으면 출산율은 다소 높아질지 모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