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전자 中웨이하이 프린터 공장을 가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산싱루(三星路).길이 980m의 이 왕복 8차로는 중국에서 외국 기업의 이름을 딴 첫 번째 도로다.

길 이름을 바꿔버린 주인공은 삼성전자 웨이하이 프린터공장.프린터 하나로 중국이 자랑하는 종합전자업체인 하이얼보다 더 많은 물량을 수출,산둥성 1위 수출 기업 자리를 꿰찬 '작은 거인'이다.이 공장의 성적표는 '화려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종업원 968명이 작년에 이뤄낸 매출은 1조원,수출은 10억달러를 넘었다.

삼성전자가 세계 프린터시장의 절대강자인 HP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게 한 일등공신이다.삼성전자 웨이하이법인이 잘 나가는 이유는 '혁신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30분 전자 간판제'.발주된 부품이 생산라인에 올라오는 데까지 30분을 넘지 않는다.

반경 2km 안에 위치한 32개 협력사들과 연결된 네트워크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완성된 제품도 1시간30분 안에 공장문을 떠난다.

부품이건 완성품이건 쌓아놓을 필요가 없는 '무창고 공장'인 셈이다.

이는 효율적인 품질 및 생산관리로 이어진다.하나의 부품이 불량으로 판정되면 재고 부품이 없기 때문에 모든 라인의 가동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경우 원인을 제공한 업체는 모든 협력업체에 피해보상금을 내도록 돼 있다.

부품업체들이 품질관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 다른 혁신 시스템은 '셀' 방식의 도입이다.

셀 방식이란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분업으로 제품을 조립하는 것과 달리 한 사람이 하나의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하는 '1인 생산 시스템'이다.

작업량은 셀라인을 맡은 사람이 스스로 결정하되 결과에 따라 임금이 최고 두 배 차이가 나도록 했다.

사회주의체제에서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 임금의 차별을 둔다는 것 자체가 혁신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회사가 임금 차별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이 회사 1층에 자리한 공산당원회의실에는 '爭創一流(일류를 쟁취하자)'라는 액자가 중국공산당기와 함께 나란히 걸려있다.

이 구호가 공산당회의실에 걸려있다는 것은 이 공장이 사회주의체제인 중국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2005년 이 공장을 방문했을 때 직원 중 공산당원 35명을 이 액자 밑으로 모이게 한 뒤 "삼성과 웨이하이시의 합작으로 좋은 경영업적을 이룰 것을 당부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혁신은 놀라운 기록을 작성 중이다.

지난해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은 114만1000달러에 달한다.

2000년엔 7만4000달러에 불과했다.

프린터 대당 가공비는 같은 기간 2.95달러에서 1.39달러로,부품 불량률은 2001년 157ppm에서 작년 24ppm으로 감소했다.

수출은 2003년 2억700만달러에서 작년 10억1100만달러로 급증했다.정사진 법인장은 "계속적인 혁신으로 2010년까지 매출 15조원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하이=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