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 "단식중단…마음이 허락안해" 수척해진 외모…물ㆍ소금만으로 단식 19일째

범여권의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천정배 의원의 단식 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하며 지난달 26일 국회의사당 앞마당에 천막을 치고 행동에 나선 지 13일로 19일째다.이날 단식 천막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무척 수척해져 있었다.

희끗한 수염이 덥수룩했고,목소리는 바로 옆에 있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가늘어져 있었다.

힘이 많이 빠진 듯 했다.실제 단식을 시작할 때 67.5kg에 달했던 몸무게는 현재 59.2kg으로 8.3kg이나 줄었다.

며칠 전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방문했을 때는 앰뷸런스가 두 번이나 달려왔다.

그런데도 그는 단식을 중단할 수 없다고 했다.천 의원은 단식을 멈추지 않는 연유에 대해 "아직은 버틸 수 있는 힘이 남아 있고,제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3000∼3500㏄의 물로 버티고 있다.

또 티 스푼에 소금을 절반가량 담아 두 차례 정도 먹는다.세면과 잠은 국회 내 의원회관에서 해결한다.

단식 천막에서는 신문과 책을 읽거나 방문하는 사람들과 짤막하게 얘기를 나눈다.

주로 동료 의원들과 시민단체 인사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날은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가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천 의원의 양손 맥을 짚어본 뒤 "맥이 시원찮게 뛴다.

몸이라는 게 어느 순간을 넘어서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며 단식을 풀 것을 권유했다.

이에 천 의원은 "건강을 결정적으로 해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단식을) 처음 해보는 일인데 예상보다 아직 힘이 들진 않는다"며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정치인의 단식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큰 고비를 맞은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극단적인 방법의 하나로 이뤄져왔다.

198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23일간의 단식이나 2005년 28일 동안의 단식으로 정치인 중 최장 기록을 세운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등의 단식이 모두 같은 맥락이다.천 의원의 단식 역시 FTA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는 상황에서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반전의 모멘텀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