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트래디셔널 캐주얼 웨어 '마켓파워' 분석...여전한 '빈폴' 아성 … 거세진 '폴로' 추격

토종 브랜드인 빈폴이 장악해 온 국내 고급 트래디셔널(TD) 캐주얼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인 폴로의 추격이 거세졌다. 빈폴이 실적은 물론 고객 선호도 및 만족도 등에서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폴로가 무서운 속도로 추격,두 브랜드 간의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는 것. 롯데백화점의 올 1~3월 본점 매출을 기준으로 빈폴과 폴로 간의 점유율 차이가 불과 0.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폴' 여전히 독주한국경제신문과 한국갤럽이 2월 한 달간 만 19~59세의 전국 남녀 1514명을 대상으로 가구 방문을 통해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입한 캐주얼 브랜드는 38.8%를 얻은 빈폴이 차지했다. 폴로가 32.9%로 뒤를 바짝 좇았고 이 밖에 라코스테(14.9%) 헤지스(4.9%) 올젠(3.8%) 타미힐피거(2.8%) 헨리코튼(1.9%)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최근 1년간 구입 경험이 있는 브랜드는 무엇인가'에 대해 각각의 브랜드가 얻은 표를 백분율로 환산한 것이다.

빈폴이 전 세계에서 폴로를 제친 유일한 토종 브랜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빈폴 남성복의 지난해 매출은 1478억원으로 폴로(1200억원 안팎)를 앞서고 있으며,여성복을 포함해 기타 서브 브랜드까지 합칠 경우 빈폴과 폴로가 각각 3800억원과 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갤럽이 자체 개발한 미래 경쟁력 진단 지수인 G-CBPI에서도 빈폴이 36.9점으로 폴로(23.9)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설문 분석 결과 A브랜드를 사겠다는 소비자가 40%이고,A브랜드는 사지 않겠다는 소비자가 15%라면 G-CBPI는 25점이 된다. 신정호 한국갤럽 차장은 "이 지표는 TD 캐주얼 브랜드를 구매해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비구입 잠재 소비자도 포함된 결과"라며 "빈폴은 기존 고객과 잠재 고객을 통틀어 소비 수요가 가장 많은 브랜드"라고 진단했다.
◆폴로,백화점발(發) 추격전

하지만 폴로가 작년 하반기부터 급상승,빈폴의 '독주 체제'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주요 판매통로인 백화점에서 이 같은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폴로,타미힐피거 같은 직수입 브랜드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빈폴 등 국내 브랜드는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빈폴과 폴로의 성장세가 현격히 대비된다"며 "작년 하반기에 폴로가 10%대의 매출 증가율을 달성한 데 비해 빈폴은 소폭 성장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점을 기준으로 지난 1~3월 매출을 분석한 결과 7개 브랜드 가운데 폴로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성장해 가장 높았고 빈폴은 증가율이 1%에 그쳤다. 홍용기 롯데백화점 홍보팀 계장은 "7개 브랜드의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을 백분율로 환산,각각의 점유율을 산출해 보면 빈폴과 폴로가 각각 26.3%,26.2%로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한 업계 관계자는 "폴로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막대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상품의 다양성이나 각각의 수요층에 맞는 상품 개발 등에서 토종 브랜드에 비해 유리한 편"이라며 "최근 빈폴이 프리미엄급인 '컬렉션 라인'을 강화하면서 디자인 및 원단의 80%를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하고 있는 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진성 제일모직 빈폴부문 전략팀장은 "패션의 중심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에 해외 디자인 센터를 구축한 데다 국내에서 개발이 어려운 고급 울,실크 혼방,캐시미어 혼방류 등 수입 소재들을 사용해 '컬렉션 라인'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