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운용 '거북이 투자' 뚝심 ... 가치株투자는 길게보고 느리지만 꾸준하게

가치투자를 표방한 한국밸류자산운용의 끈질긴 '거북이 투자'가 여의도 증권가의 화제다.

대상 종목은 전선 업체인 가온전선이다.밸류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 가온전선 주식 매입을 시작,아무리 작은 물량이라도 끈질기게 사들이는 거북이 투자에 돌입했다.

밸류자산운용은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지만 거래량이 적은 날에는 100여만원을 주고 100주를 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으로 가온전선 매수 결정을 내렸으나 거래량이 많지 않아 단기간에 대량으로 주식을 사기가 어려워 이런 방법을 쓴 것이다.실제 가온전선의 하루 거래량은 1만주에도 미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1년여간 끈질기게 주식을 사모은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36만6900주로 보유 주식이 불어나 가온전선 전제 지분의 9.41%를 갖게 돼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가온전선 주가는 지난해 3월 1만5000원대에서 지난 주말 현재 3만4000원대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거북이 투자 전략은 밸류운용 이채원 전무의 '특기' 중 하나다.

가치투자의 선구자로 꼽히는 이 전무는 "시장에서 저평가된 주식이 제대로 평가받을 때까지 5년,10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제 값을 평가받기 전까지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주식을 사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 전무의 이런 근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칠성이다.

그는 동원증권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자산가치보다 훨씬 저평가됐다는 판단으로 롯데칠성을 사들였다.

그러나 2000년 기술주 거품이 시작되자 투자자들은 기술주를 사라고 압박했다.

거센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치주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현직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이후 회사측 배려로 상품 운용업무를 담당했는데 그는 또다시 롯데칠성을 샀다.

결국 그는 평균 8만원에 사들였던 롯데칠성 주식을 2002년에 다섯 배나 오른 40만원에 처분할 수 있었다.이 전무는 그러나 "최근에 사들인 일부 종목의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경우도 있고 우리의 투자 판단이 잘못될 수도 있어 추격 매수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