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시네마 천국

이문행 < 수원대 교수 moonhlee@suwon.ac.kr >

한·미 FTA가 국내 영화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있다.특히 이번 협상을 계기로 그동안 한국 영화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는 스크린쿼터 제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 영화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로부터 자국의 영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크린쿼터 제도.이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67년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7월부터는 미국 측의 통상 압력으로 국내 영화 의무상영일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다.그런데 이번 FTA 협상 체결로 국내 영화 상영일 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사라지고 축소가 고착화했으니 우울할 만도 하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영화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관객 1억명 시대도 일찌감치 달성했다.이와 같은 국내에서의 성공에,한류 바람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이 한껏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06년에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으로의 판매가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 최근 몇 년간 수직 상승을 지속했던 한국 영화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영화는 그 누구도 흥행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100편이 넘는 영화가 만들어졌지만,흥행에 성공한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처럼 영화의 개봉 성과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꾸준한 투자를 통해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또 그 영화를 개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수록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며칠 전 영화 한 편을 봤다.

왕년의 대중스타가 작은 지방 방송국에서 라디오 DJ를 맡으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뤘는데,디지털 사진처럼 세밀하지는 않지만 가슴 속에 담겨있는 추억을 꺼내 주는 폴라로이드 사진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사람들은 생김새만큼이나 저마다 다른 생각들을 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좋아하는 영화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구성이 탄탄하고 유머와 감동의 메시지를 주는 영화는 영락없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참이나 객석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그런 영화,20년 그리고 30년이 흘러도 그 감동을 고스란히 안고 살게 해 주는 '시네마 천국' 같은 영화.그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