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족집게' 김영익 대투證 부사장 "웃고 있지만 정말 괴롭네요"

"요즘 괴롭습니다. 제 별명이 1250이 됐어요."

증권가의 족집게 예측가로 명성을 날린 대한투자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부사장)은 18일 최근 심경을 이같이 토로했다.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올 2분기 중 주가가 1250까지 내려갔다가 하반기에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4월 들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요즘 투자자들을 만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을 갖게 된다"며 "만나는 사람들이 자꾸 1250 이야기를 꺼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주가 전망을 바꾸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는 "어차피 조정은 5~6월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며 향후 주가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분기에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이유에 대해 김 부사장은 "우리나라와 미국 기업의 실적이 상반기까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의 긴축 가능성이 여전히 증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문으로 촉발된 미국 부동산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김 부사장의 시각이다.작년에도 5월께 주가가 많이 하락했는데 이런 현상이 올해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달 들어 주가가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오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해외 증시가 예상외로 많이 올랐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북한 리스크 완화 등으로 외국인들도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이면서 주가가 급등했다고 그는 분석했다.하지만 1250이란 숫자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이 큰 부담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최악의 경우 1250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일 뿐"이라며 "올 하반기에 코스피지수가 1650까지 오를 수 있고,2009년 3000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로 대표적인 낙관론자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1250 이야기만 부각시켜 비관론자처럼 비쳐졌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요즘 가급적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음 주부터 전국 순회 투자설명회를 다녀야 한다.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시황 전문가들이 시장 흐름을 예측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숫자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반적인 흐름을 중시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