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미술 속으로] (8) 시적 여운..채색수묵화 거장 일관 리석호

일관(一觀) 리석호 화백은 조선화 화단에서 모두가 공인하는 거장이다.

조선화, 몰골화조, 서예에서 특출한 업적을 보였던 리 화백은 1904년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했다. 20세까지 서예를 배우다가 미술에 뜻을 두게 돼 21살이 되던 1925년 서울로 상경, 안중식의 서화협회에서 본격적인 공부를 했다. 서화협회는 수묵채색화를 공부하고자 하는 청년화가들을 양성하던 곳으로, 이 곳에서 수학하던 리석호 화백은 재능이 눈에 띄어 채색화가 김은호의 화숙에 들어가 성장했다.

1928년부터 서화협회 전람회, 조선미술가전람회 등에 출품, 입상했다. 이 시기 주요 작품으로는 <노호> <신록> <장정> 등이 있다. 해방 후 1948년에는 정종여 등 6명의 화가와 7인전을, 1949년에는 이응로와 2인 전시회를 열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

리 화백은 6.25전쟁 중에 월북해 당시 북한 미술계의 중심에 있었던 김용준의 영향을 받으며 등장했다. 전쟁 후에는 미술대학 조선화 강좌 교수를 비롯해 조선미술가동맹 현역미술가, 조선화분과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리석호 화백의 작품은 무엇보다 시적 여운이 도는 점이 특징이다. 붓의 속도와 선의 강약이 부각되며 대상이 섬세하고 세련되게 그려져 있다.

고추, 배추, 진달래, 들꽃, 소나무 등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소재를 조선화 몰골기법으로 형상화해 독창적인 경지를 개척한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리 화백은 1971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북한에서 수묵화가 새롭게 조명을 받으면서 사후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1988년 11월에는 평양국제문화회관에서 우치선과 2인 미술전람회(유작전)이 열리기도 했다.

그 외 주요작품으로는 <소나무> <국화> <장미> <가을> 등이 있다.


감 21x18cm 조선화<자료제공: 포털아트 www.porart.com>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