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모토로라 ‥ '레이저' 후속모델 고전

저가폰 전략 실패…1분기 적자전환
세계 2위 휴대폰 업체인 미국 모토로라가 4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2년가량 지속됐던 슬림폰 '레이저' 돌풍이 끝난 뒤에도 후속 모델이 뜨지 않아 곤경에 빠졌다.레이저 돌풍과 가격 경쟁에 휘말려 고전했던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추격 기회를 잡았다.

모토로라가 주도해 온 가격 싸움도 영향력이 누그러지게 됐다.

모토로라가 19일 배포한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감소한 94억달러에 그쳤고 1억81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특히 휴대폰 부문 매출은 54억달러로 15%나 감소했다.

또 7억1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와 대조적으로 2억3100만달러의 영업 손실을 냈다.

휴대폰 판매 실적은 출하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6570만대에서 1분기엔 4540만대로 대폭 감소했다.이에 따라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이 23.3%에서 17.5%로 5.8%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모토로라는 추정했다.

회사 측은 휴대폰 부문 실적 부진에 대해 "신흥 시장과 유럽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판매량이 줄어든 탓"이라고 분석했다.

모토로라의 실적 부진은 예고된 것이었다.2004년 10월 발매한 레이저가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켜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따돌릴 수 있었지만 2006년 9월 내놓은 후속 모델 '크레이저'가 예상 외로 주목받지 못해 곤경에 처했다.

모토로라는 이날 △휴대폰 가격 구조와 유통전략 합리화 △1분기에 6개 모델을 단종하는 등 제품 구성 효율화 △2분기까지 3500명 감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모토로라의 1분기 실적은 세계 휴대폰 시장 3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5위 업체인 LG전자에는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격을 계속 낮춰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모토로라는 1분기에도 가격 싸움을 주도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139달러였던 휴대폰 판매 단가가 올 1분기엔 107달러로 떨어졌다.

삼성과 LG는 영상 통화가 가능한 3세대폰이나 모바일 TV폰 등 기능과 디자인에서 돋보이는 첨단 휴대폰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정보통신 부문 영업이익률을 지난해 4분기 8.7%에서 올 1분기 13.0%로 높였다.

같은 기간 11.4%포인트나 됐던 모토로라와의 점유율 격차도 4%포인트 선으로 좁혔다.

LG전자는 1분기 휴대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 늘어난 2조353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분기 4.4%에서 4.7%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모토로라 실적이 2분기에도 눈에 띄게 개선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모토로라가 전열을 재정비하기 전에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며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다시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