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영업익 150억 한방에 날려 … 투기성 외환매매 어느 정도이기에
입력
수정
한국은행이 기업들의 투기성 외환 매매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것은 과도한 투기성 매매로 자칫 기업들이 환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데다 쏠림 현상으로 인해 외환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전날 정부와 금융감독원이 단기 외채 급증을 경고하고 나선 데 이어 한은이 기업과 은행에 투기성 외환 매매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은 투기성 선물환 매매 등과 연관된 외화 차입 증가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단절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투기 급증 땐 외환시장 교란
한은은 지난해 외환 매매량 상위 60개 기업을 중심으로 △외환 매매량이 실수요를 크게 상회하거나 △동일금액 만기의 반대 매매가 반복된 경우 △일중 외환매매가 과도한 경우 등을 중점 분석한 결과 20여개 업체에서 투기성 외환매매 사례를 확인했다.
샘플 조사가 아니라 전수 조사를 벌였다면 투기성 외환매매 사례는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 한은 측 설명이다.투기성 외환매매 기업들은 현물환·선물환·스와프 반대 매매뿐 아니라 만기가 다른 선물환을 동시에 매입·매도한 후 만기 이전에 외환 스와프를 통해 2개의 선물환 거래를 중도 청산,환차익을 노리는 등 다양한 파생금융 거래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반대 매매의 경우 한 기업체는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만기 3일의 선물환을 1000만달러어치 매입했다가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는 바람에 3일 만에 2억원을 손해봤다.
한은 관계자는 "한 대기업은 파생금융 거래를 통해 200억원 이상의 환차손을 봐 영업이익 호조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중소기업은 환투기로 150억원의 영업이익을 모두 날렸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했다.한은은 과도한 투기성 거래가 지속되면 이 같은 기업들의 환리스크가 확대되고 기업 고유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뿐 아니라 환율이 기대와 달리 움직일 경우 반대 거래를 통한 청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갑자기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환율 급등락이 초래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환율하락 압력 차단 포석
시장에선 정부와 금융감독당국 외환당국이 일제히 단기 외채와 투기성 매매 등 외환시장 관련 위험성을 계속 경고하는 것에 대해 환율 안정을 위한 일종의 '구두 개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정부가 환율시장 개입을 위한 '실탄' 마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직접 개입은 부담스럽지만 환율을 안정시킬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수출업체들과 금융회사들에 대해 '협조'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가 채무가 올해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한은도 통안채 발행에 따른 누적 적자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직접 개입하기엔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다.
한 민간 연구소의 연구위원은 "환율이 950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다시 연초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정부도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투기적 거래를 막아 쏠림 현상에 따른 환율하락 압력을 막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로 보인다"고 설명했다.한 외환시장 관계자도 "특별히 단기 외채나 투기성 거래가 문제될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정부의 환율 안정을 위한 간접적인 개입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특히 전날 정부와 금융감독원이 단기 외채 급증을 경고하고 나선 데 이어 한은이 기업과 은행에 투기성 외환 매매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은 투기성 선물환 매매 등과 연관된 외화 차입 증가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단절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투기 급증 땐 외환시장 교란
한은은 지난해 외환 매매량 상위 60개 기업을 중심으로 △외환 매매량이 실수요를 크게 상회하거나 △동일금액 만기의 반대 매매가 반복된 경우 △일중 외환매매가 과도한 경우 등을 중점 분석한 결과 20여개 업체에서 투기성 외환매매 사례를 확인했다.
샘플 조사가 아니라 전수 조사를 벌였다면 투기성 외환매매 사례는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 한은 측 설명이다.투기성 외환매매 기업들은 현물환·선물환·스와프 반대 매매뿐 아니라 만기가 다른 선물환을 동시에 매입·매도한 후 만기 이전에 외환 스와프를 통해 2개의 선물환 거래를 중도 청산,환차익을 노리는 등 다양한 파생금융 거래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반대 매매의 경우 한 기업체는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만기 3일의 선물환을 1000만달러어치 매입했다가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는 바람에 3일 만에 2억원을 손해봤다.
한은 관계자는 "한 대기업은 파생금융 거래를 통해 200억원 이상의 환차손을 봐 영업이익 호조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중소기업은 환투기로 150억원의 영업이익을 모두 날렸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했다.한은은 과도한 투기성 거래가 지속되면 이 같은 기업들의 환리스크가 확대되고 기업 고유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뿐 아니라 환율이 기대와 달리 움직일 경우 반대 거래를 통한 청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갑자기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환율 급등락이 초래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환율하락 압력 차단 포석
시장에선 정부와 금융감독당국 외환당국이 일제히 단기 외채와 투기성 매매 등 외환시장 관련 위험성을 계속 경고하는 것에 대해 환율 안정을 위한 일종의 '구두 개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정부가 환율시장 개입을 위한 '실탄' 마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직접 개입은 부담스럽지만 환율을 안정시킬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수출업체들과 금융회사들에 대해 '협조'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가 채무가 올해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한은도 통안채 발행에 따른 누적 적자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직접 개입하기엔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다.
한 민간 연구소의 연구위원은 "환율이 950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다시 연초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정부도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투기적 거래를 막아 쏠림 현상에 따른 환율하락 압력을 막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로 보인다"고 설명했다.한 외환시장 관계자도 "특별히 단기 외채나 투기성 거래가 문제될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정부의 환율 안정을 위한 간접적인 개입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