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솥비빔밥, 나리타공항 '습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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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대형몰마다 한식당 유치경쟁일본 나리타 국제공항 제1터미널 5층의 푸드코트.일본식 라면,태국 요리,파스타 전문점 등 '글로벌 음식'의 경연장인 이곳은 요즘 CJ푸드시스템의 '웰리&돌솥비빔밥'에 대한 얘기로 떠들썩하다.
작년 5월 첫선을 보인 이 음식점이 연말 결산에서 월별 평당 매출 기준으로 10개 업체 가운데 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지난 20일 점심 시간을 맞은 식당 안은 고객들로 꽉 차 있었다.
매장 앞의 간이 의자는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의 대기 장소로 변했다.
'외식 한류(韓流)'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CJ(푸드시스템,푸드빌),제너시스BBQ,파라다이스호텔,본죽 등이 해외의 문을 줄기차게 두드린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민 창업'으로 대변되는 1세대가 지나고 기업형 해외 진출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한식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신호탄은 대한항공이 쏘아 올렸다.1998년 비빔밥을 기내식으로 개발,세계 각국의 음식을 제치고 국제기내식협회가 선정하는 머큐리상 금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작년 3월엔 비빔국수로 또 한번 금상을 탔다.
최근엔 CJ푸드시스템이 바통을 이어받아 항공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작년 5월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돌솥비빔밥 전문점을 연 데 이어 지난달엔 홍콩 첵랍콕 공항 2터미널(신청사)에 170평 규모의 한식당 '사랑채'를 선보였다.
박진영 CJ푸드시스템 홍콩법인장은 "공항 인근 뚱충시에서 이곳까지 자동차로 20분 정도 걸리는데도 주민들의 지난 4월 한 달간 재방문율이 60%에 이른다"며 "현재 10개 정도만 운영되는 신청사 카운터(전체 56개)에 항공사가 모두 입주하면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식,태국식 다음에 '기타'로 분류되던 한식이 최근 1∼2년 사이 현지 언론에서 당당하게 한식이란 제 이름을 찾은 게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형 외식업체들도 잇따라 성공을 거두고 있다.
놀부는 항아리갈비란 메뉴로 일본(8곳)과 중국(1곳)에 매장을 냈고,죽 전문점 '본죽'도 일본 미국 말레이시아 등지로 뻗어가고 있다.
CJ푸드빌은 올 하반기 미국에 '까페소반'이란 비빔밥 전문집을 열 예정이다.
창업 컨설팅 전문업체인 창업닥터가 작년 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국내 외식 기업은 40여곳.이 가운데 중국에 나간 업체가 20개로 절반을 차지하고 미국 22.5%,일본 10%,기타 17.5%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11월 일본 도쿄 롯폰기에 '오미'라는 한식 전문점을 연 파라다이스의 한 관계자는 "새로 짓는 대형몰마다 꼭 한식을 넣으려는 게 요즘 도쿄 도심의 유행"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넘어야 할 산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흥연 CJ푸드빌 상무는 "'규가쿠'라는 일본의 야키니쿠(불고기) 전문점이 3년여 전에 LA 등 미국 서부에 진출해 꽤 안정적인 매출을 거두고 있다"며 "김치에 이어 한국의 대표 음식인 불고기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긴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서양 사람들 사이에서 '아시아 음식은 건강식'이란 인식이 퍼져 있고,젓가락 문화도 대중화되는 추세"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브랜드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특히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시 해당국의 법규를 몰라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많은 만큼 '창업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도쿄=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