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하고픈 일

자기 직업에서 행복을 얻으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영국의 사회사상가인 존 러스킨은 말한다.

첫째 그 일을 좋아해야 하고,둘째 그 일을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되고,셋째 그 일이 성공하리라는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직업을 선택하면서는 누구나 "과연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일일까"하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생계 때문에,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아니면 어쩔 수 없이 직업을 정하곤 한다.이러다 보면 세월이 흘러 경륜이 쌓이고 승진도 되면서 스스로 그 직업에 안주하게 된다.

일 자체가 일상(日常)이 되어 버린 탓이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자신을 돌아보면서 잊혀졌던 꿈을 떠올린다."내가 하고픈 일은 따로 있었는데"하면서,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회한으로 괴로워한다.

인연이 닿지 않은 까닭이라고 쉽게 치부해 버리면 그나마도 다행이다.

내키지 않은 일을 하면서 잘 한다는 평판을 얻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긴 마찬가지다.그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고픈 일과 잘하는 일이 맞아 떨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테지만, 사정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며칠 전 취업관련 한 포털사이트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각각 9.0%,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이직하고 싶다'는 답변은 76%나 됐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너무 가볍게 여기면서 가지 못한 길만 한탄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칠 수 없다.

억지춘향식의 직업을 가졌다 해도 마음먹기 달렸다.

항상 밟지 않은 길은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장밋빛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철학자 니체의 말은 매우 함축적이어서 직장인들이 한번쯤 새겨볼 만하다."자기의 직업이 다른 어떠한 직업보다 소중하다고 믿고,또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 직업을 버텨낼 수가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