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첼시 '재고 명품' 싹쓸이...내달 여주아울렛 개장 앞두고 유명브랜드 직접 계약

명품패션 판매업체인 버버리코리아는 지난달 중순 서울의 한 호텔에서 'VIP 세일'을 열었다.

입고된 지 1년이 넘은 의류 등을 정상가의 60~70% 가격에 판매하는 사실상의 '재고 처리전'이었다.하지만 호텔이나 백화점에서 버버리를 할인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버버리가 다음 달 초 문을 열 신세계의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입점,이월 상품을 모두 이곳에서만 팔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내 명품 시장에 여주 아울렛발(發)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신세계가 미국의 우드베리 커먼 등 이월 명품을 파는 대형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는 첼시와 제휴,여주에 명품 아울렛을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정된 수량의 '재고 명품'을 여주 아울렛이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명품 세일로 재미를 톡톡히 봐 왔던 백화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명품업체들이 매년 시즌 끝무렵에 호텔을 빌리거나 자체 매장에서 열어 온 'VIP 초청 세일''패밀리 세일' 등의 게릴라식 명품 떨이 행사도 급감할 전망이다.
◆재고 명품 '귀하신 몸'

여주 아울렛에 입점이 예정된 브랜드는 총 115개.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재고 판매를 일절 하지 않는 몇몇 특급 명품을 제외하고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어지간한 제품은 모두 집결하는 셈이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는 신세계첼시 관계자는 "기존 아울렛과 달리 각 브랜드의 글로벌 본사와 신세계첼시가 계약을 맺고 한국에서 팔다 남은 이월 상품을 직접 공급받아 정상가의 25~65%에 판매한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여주 아울렛이 '재고 명품'의 '블랙홀'로 떠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시즌이 지났더라도 명품을 백화점 등에서 특별 세일로 판매한다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며 "프리미엄 아울렛이 생긴 만큼 이미지 훼손을 감수하고 호텔이나 백화점에서 세일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명품 세일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백화점 '빅3' 중 한 곳인 A백화점은 입점 명품 브랜드의 영업팀장들을 소집,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여주 아울렛에만 재고 명품을 공급하는 일이 없도록 신신당부하더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여주 아울렛 개점과 함께 명품 브랜드 간에도 옥석이 본격 구분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노(No) 세일' '무(無) 이월상품'을 고수하고 있는 특급 브랜드는 어떤 아울렛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 명품으로 한 축을 이루고 여주 아울렛으로 재고 처리를 단순화한 브랜드와 이곳저곳에서 세일 행사를 볼 수 있는 브랜드가 각각의 군(群)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신세계 후광 효과?…프리미엄 아울렛 봇물

여주 아울렛을 계기로 '재고 명품'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중가 수입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낚으려는' 움직임도 패션업체 및 수입대행사 사이에서 활발하게 일고 있다.

예컨대 '카렌'이라는 여성복 브랜드를 갖고 있는 C&K 아이엔씨는 이탈리아 릴라사와 아시아 독점 계약권을 맺고 오는 8월 용산 아이파크 백화점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릴라사는 구치 베르사체 막스마라 등 130개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다.또 분당 등에 아울렛을 운영 중인 A&H도 미국의 메이시,블루밍데일 백화점 총판회사와 공급 계약을 맺고 겐조 등 중가 아메리칸 브랜드들을 들여올 예정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