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애연가' 이수영 경총 회장이 금연을?

재계 인사 중 대표적인 애연가인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동양제철화학 회장·66)이 최근 담배를 끊었다.

40년 넘게 담배를 피워온 이 회장은 2004년 2월 경총 회장에 취임하면서 흡연량이 하루 한 갑에서 두 갑 이상으로 늘어났었다.지난해 경총 회장 연임 이후에는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 등 현안을 놓고 노동계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속을 태우는 바람에 흡연량도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경련 대한상의 무역협회 기협중앙회 등 경제5단체장과의 공식·비공식 회동 때는 유일하게 담배를 입에 물어 다른 경제단체장들로부터 "올해도 노사관계가 안 좋은 모양"이라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경기고 1년 선배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시절 경총 회장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도 40년 넘게 담배를 피우다가 건강을 위해 금연했는데 자네는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했나"라며 기자들 앞에서 핀잔을 주기도 했었다.이러던 이 회장이 지난달부터 건강을 위해 금연을 결심하고 경총 회장실과 동양제철화학 회장 집무실에 담배를 치우도록 했다.

그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오랜만에 회의가 열려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로 이름을 바꾸는 행사에서도 이상수 노동부 장관,조성준 노사정위원장,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등과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노사 간에 모처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이 회장의 금연 실천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경총 관계자는 전했다.실제 노사정 지도부 간 만남이 늘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작년 이맘때보다 파업이 41%나 줄었으며 노조의 임금 동결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총파업 투쟁이 벌어져 이 회장이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시피 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

경총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강경투쟁 노선 등 노사 기류를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솔직히 이 회장이 언제 담배를 다시 입에 물지 우리도 모른다"고 털어놓았다.이달부터 본격화되는 노사 간 산별교섭이 이 회장의 흡연 재개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