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자녀 둔 맞벌이 부부, 공동육아 조합 만들기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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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비,수수깡이랑 나뭇잎 더 필요해."
올해 일곱살난 한결이는 요구르트 병으로 친구의 얼굴을 닮은 인형을 만들고 있다.한결이가 부른 '하니비'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애칭.이곳 아이들은 선생님을 부를 때 이름 대신 애칭을 쓴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어린이집'.7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맞은 편에 앉은 친구의 얼굴을 만들고 있었다.
재료는 인근 성미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뭇잎,지푸라기,솔방울 등.아이들이 매일 찾는 성미산은 이곳의 주요한 교육 터전이다.성미산 어린이집은 부모들이 직접 돈을 모아 건물을 임대하고 운영까지 맡는 대안학교 성격의 공동육아 협동조합이다.
1993년 국내에 첫 등장한 뒤 이제는 전국 60여곳으로 늘어났다.
국가가 지원하는 공공 보육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부모들이 스스로 질 높은 대안 보육을 찾아 나선 것.올해부터 성미산 어린이집의 이사장을 맡은 '느리'씨(본명 김우)는 "이곳에 자녀를 맡기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을 주는데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대신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중요시 한다"고 말했다.
이곳의 교육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자립심'을 키워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든 놀이계획은 아이들 스스로 짜야하며,아이들에게 해야 할 일을 지시하는 '어른'은 없다.실제로 이날 오후 6시30분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부모님이 올 때까지 '심심하다'며 교사를 괴롭히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여섯살짜리 고은이는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렸고,일곱살난 예원이는 밖에서 흙장난을 했다.
성미산 어린이집 조합원이 되려면 850만원의 가입비와 매달 40여만원의 보육비를 내야 한다.
이곳에 6개월째 아이를 보내고 있는 서은정씨(37)는 "일반 어린이집의 한달 보육료 25만원에 비해 다소 비싸지만 식사와 간식 등 아이들 먹거리가 모두 유기농이라 안심이 된다"고 했다.
총25가구 중 22가구가 맞벌이 부부인 이곳은 부모들끼리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한다.
엄마 회원들끼리는 여행을 다니고,아빠들은 축구 모임도 갖고 있다.
성미산 어린이집과 같은 공동 육아조합은 현행법상 10명 이상만 모이면 만들 수 있다.
조합 설립과 교사 교육 등은 공동육아 본부 격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www.gongdong.or.kr)'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1997년부터 공동육아 자문을 해 온 정병호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는 "한 자녀 가구가 늘면서 공동체를 만들어 보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부모가 느는 추세"라며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