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토톱' 만 믿다 발등 찍힐라

타사 제품과 별 차이 없는 의약품을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상당수 국내 제약사와 달리 태평양제약은 그동안 품목 집중화로 성공한 모범 회사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집중화 전략이 최근엔 되레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부메랑'이 돼 돌아와 이의 극복 여부가 업계의 관심사다.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과 위염 치료제 '판토록'이 동시에 '악재'에 직면한 탓이다.

이른바 한 바구니에 담은 달걀의 고민인 셈이다.

케토톱의 경우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소염제 등에 대한 고시가 악재의 진원지다.이 고시에 따라 지금까지 의사 처방을 통해 파스를 공짜로 쓰던 1종 의료급여자들은 파스값을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복지부는 파스 비급여로 관련 제약사들의 매출이 연간 40∼5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제약사로 태평양제약을 꼽고 있다.이 회사는 전체 매출 1224억원(2006년 기준) 중 관절염 치료용 파스 제품인 케토톱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5%(423억원)에 이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케토톱 전체 매출 중 의료급여 환자들이 구매한 비중은 34%(2006년 1~3분기 누적 매출 기준)이다.

임진균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은 약값이 무료라는 점 때문에 파스류를 필요 이상으로 대량 구매하는 '의료쇼핑'을 해왔다"며 "정확한 손실 규모를 계산할 순 없지만 케토톱 매출 성장세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판토록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악재가 터졌다.

식약청은 최근 이 회사의 위염 치료제 '판토록주'에 대해 6년간 801명을 대상으로 부작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췌장염,언어장애,현기증,시야 흐려짐 등 각종 부작용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앞서 식약청은 '판토록정'에 대해서도 관절통,협심증,대장염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경고했었다.

판토록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175억원)에 달하는 대형 품목이다.

태평양제약은 2001년 매출이 513억원에 불과했으나 연평균 19%의 고성장을 거듭,지난해엔 122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이의 견인차는 다름아닌 케토톱과 판토록.제약업계 관계자는 "케토톱과 판토록의 매출에 급제동이 걸리면 태평양제약의 높은 성장세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