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大이사장 "총장 지명하겠다" ... 직선제 문제점 지적…교수-재단 갈등 우려

고려대 재단인 고려중앙학원의 현승종 이사장이 차기 고려대 총장을 이사장의 지명으로 뽑겠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현 이사장은 지난 5일 교내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고대인의 날' 행사에서 차기 총장에 대한 이사장 지명제 도입을 강도 높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현 이 사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이필상 전 총장이 논문 표절 사건으로 중도 퇴진한 데 대해 "본교의 침체가 아닌 세계로 도약하기 위한 내부 조정이었으며 총장 선출에 있어 재단 임명권의 정착이 필요함을 보여준 사건이었다"며 "내 직위를 걸고서라도 이사장 지명제를 꼭 실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이사장은 지난 2월에도 이 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기자들에게 "직선제와 간선제가 모두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면서 "총장 임명은 재단 이사장의 권한이니 원칙대로 지명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려대의 총장 선출 방식은 1980년대 후반까지 재단 지명제였지만,이후 교수협의회가 총장을 선임하는 방식의 직선제로 변경됐으며 2002년 12월에는 교수의회(당시 교수협의회)의 부적격자 투표와 총장추천위원회 선임 등의 절차를 거치는 현재의 간선제로 바뀌었다.현 이사장의 이날 발언은 고려대가 총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에서 현재의 간선제로 변경했던 2002년 12월 당시 교수 사회의 반발이 심했던 것을 감안하면 향후 교수들과 재단 사이의 갈등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교수의회의 김민환 의장(언론학)은 "현 이사장의 주장은 현행 제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재단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의장은 또 "총장 선출은 교수의회,재단,학교 3자가 합의해서 결정할 문제"라며 "오는 16일로 예정된 교수의회 정례회의에서 총장 선출제에 대한 교수 차원의 다양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