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유통 거품 꺼지나...백화점서 4만원하는 한우 등심, 인터넷서 사니 1만 7천원

똑같은 한우 1등급 등심(500g)인데 백화점에서는 4만4000원,오픈마켓 가격은 1만7000원.최근 옥션 G마켓 등 온라인 장터(오픈마켓) 업체들이 앞다퉈 축산농가들과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파괴'한 한우를 잇달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3년5개월 만에 부분 재개되면서 한우의 '가격 거품'이 곳곳에서 꺼지고 있다.옥션에 입점한 전북 정읍시 산외면의 축산농가 '한우마을'이 소비자들에게 직판하는 부위별 한우 가격은 8일 현재 1등급(500g) 기준으로 등심이 1만7000원,사태 1만2500원,우족(1개)은 4만9000원이다.

반면 이날 롯데백화점에서는 강원도 횡성한우 1등급 500g 등심과 안심이 똑같은 4만4000원에 팔렸다.

산지가 다르다고는 해도 온라인 장터에서의 직판 가격이 백화점 쇠고기의 5분의 2도 안 된다는 얘기다.
◆유통단계 마진이 산지 소값의 40~60%

G마켓도 축산기업 한냉과 함께 지난해 5월부터 '한우 잡는 날' 기획전을 진행,백화점 등의 가격보다 30~50% 낮은 가격에 한우를 판매하고 있다.

충북 청원군에서 도축한 1등급 한우 한 마리에서 생산되는 고기를 매달 두 번씩 부위별로 선착순 신청을 받아 등심(500g)은 3만4000원,안심은 2만9500원 선에 팔고 있는 것.같은 한우의 가격이 이렇게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직거래 장터 사이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유통단계 축소' 때문이다.

대형 유통매장을 통해 판매되는 쇠고기는 '축산농가→산지조합→도축장→유통업체'로 이어지는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40% 가까운 마진이 붙는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쇠고기의 유통마진은 2002년 22.9%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39.3%에 이르는 등 매년 상승하고 있다.그만큼 중간 유통업자들이 챙기는 마진이 커지고 있다.

동네 정육점이나 음식점에서의 가격은 물론 이보다 더 비싸다.

지역 농협,도축장,중간도매업자,도매업자,정육점 등 다섯 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중간 마진이 지난해의 경우 64%에 달했다는 게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조사 결과다.

CJ홈쇼핑의 자회사 엠플도 축산업체 안동한우축산과 직거래하는 유통업체 아람통상이 입점,기존 한우 가격보다 50%가량 저렴하게 1등급 한우를 판매하고 있다.

인터파크에서는 지난해 말 파주축협이 한우 브랜드 '파주 신선한우'를 내세워 목심 국거리용 등을 대형 마트보다 20%가량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함영훈 롯데백화점 축산MD는 그러나 "한우를 인터넷에서 구입할 때 신선도,배송 등의 문제에 대한 불안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터넷을 통한 쇠고기 구매 수요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산 쇠고기 거품도 꺼지는 중

하지만 오픈 마켓의 한우 가격 파괴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호주 등 기존 수입산 쇠고기 가격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의 호주산 쇠고기 가격은 지난달 초에 비해 10∼15% 내렸다.

한편 3년5개월 만에 국내에 수입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 중 6.4t이 도매업자에게 넘겨져 일부 물량이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육류 수입업체인 네르프에 따르면 이들 쇠고기는 등심이 1㎏당 3만5000원,안심은 4만원 선에 팔렸다.아직은 테스트용 소량만이 들어와 가격이 국산에 비해 많이 싸지 않지만,대규모 수입이 시작되면 본격적인 '가격 전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김진수/장성호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