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플라자] 로마 몰락의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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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承祐 < 한국FP협회 전무 >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는 로마제국의 융성과 쇠망을 집대성한 살아 숨쉬는 역사서로 유명하다.지금까지 로마제국의 주된 쇠망 원인으로는 게르만족의 침입,중앙집권체제의 해체,기독교의 영향 등과 같은 정치적,종교적 요인들이 손꼽혀 왔다.
그러나 우리는 기번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다본 제국의 몰락 요인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기번은 '대로마제국이 멸망한 것은 가정의 굴뚝에서 연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제국의 몰락이 가정붕괴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했다.당시 로마의 가계(household)들은 전쟁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세부담을 과중하게 떠안고 있었고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소득감소로 가계의 재정은 피폐화돼 있었다.
여기에다 목욕탕 문화의 성행과 도덕적 타락은 가정붕괴를 부채질했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가정 또는 가계는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단위임과 동시에 국민경제의 핵심 경제주체 중 하나다.따라서 건강한 가계는 부강한 국민경제의 초석(礎石)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문은 로마시대의 가계와 배경이 다르긴 하지만 재무적 취약성과 위기상황에 노출되기는 그 때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는 2000년 유엔 기준으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노령화돼가고 있다.여기에다 조기은퇴 추세,평균수명 증가 등으로 개인들은 은퇴 후 생애가 점점 길어져 '트리플 30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난 10년간 가계들의 부채(負債)는 소득을 두 배 이상 앞질러 증가한데다 노후대책은 고작 퇴직금이나 연금보험 정도에 의존하는 데 머물러 선진국에 비하면 사실상 대책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근로소득자들이 은퇴 후 원하는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평균 8억원 이상의 노후자금이 필요하지만 이 정도의 돈을 준비할 만한 가계는 부유층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재무설계를 제대로 해본 가계는 드물다.
가계들의 불안정한 노후생활은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은 나라경제를 밑동부터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그러면 건전한 가계경제의 육성과 개인들의 노후생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어떤 대안들이 마련돼야 할까?
첫째 가계들이 적정부채 수준을 유지하고 은퇴 후 노후생활을 안전하게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인생전체에 대한 재무설계를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단순한 재테크가 아닌 종합적 재무설계를 통해 자산과 부채를 리모델링하고 은퇴 후에 필요한 밑알(nest egg)을 미리 마련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재무설계는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
절반에 가까운 미국의 가계들이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들로부터 재무설계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둘째 개인의 노후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3층 보장체제를 핵심적인 사회안전망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현재 고갈이 우려되고 있는 국민연금,지난해 도입돼 아직 4% 내외의 저조한 전환율을 보이고 있는 퇴직연금,가입률이 저조한 개인연금 등으로는 가계의 노후대책이 제대로 수립될 수 없음이 명약관화하다.
선진국의 전문가들이 은퇴 후 필요한 노후자금의 70~80%가 연금에서 충당돼야 한다는 조언에 귀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앞으로 정부의 금융정책도 지금까지 역점을 두었던 제도개혁으로부터 벗어나 개인 또는 가계가 전 생애에 걸쳐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역량(financial capacity) 강화에 초점을 둔 정책들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고객의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종합적인 재무설계 서비스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정부는 물론 민간차원에서도 소비자들의 금융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소비자교육 프로그램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이제 로마제국의 몰락이 가정의 붕괴로부터 비롯됐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면서 우리 가계경제가 보다 튼튼하고 건강하게 거듭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와 슬기를 짜내야 할 때다.
/경제학 박사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는 로마제국의 융성과 쇠망을 집대성한 살아 숨쉬는 역사서로 유명하다.지금까지 로마제국의 주된 쇠망 원인으로는 게르만족의 침입,중앙집권체제의 해체,기독교의 영향 등과 같은 정치적,종교적 요인들이 손꼽혀 왔다.
그러나 우리는 기번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다본 제국의 몰락 요인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기번은 '대로마제국이 멸망한 것은 가정의 굴뚝에서 연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제국의 몰락이 가정붕괴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했다.당시 로마의 가계(household)들은 전쟁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세부담을 과중하게 떠안고 있었고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소득감소로 가계의 재정은 피폐화돼 있었다.
여기에다 목욕탕 문화의 성행과 도덕적 타락은 가정붕괴를 부채질했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가정 또는 가계는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단위임과 동시에 국민경제의 핵심 경제주체 중 하나다.따라서 건강한 가계는 부강한 국민경제의 초석(礎石)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문은 로마시대의 가계와 배경이 다르긴 하지만 재무적 취약성과 위기상황에 노출되기는 그 때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는 2000년 유엔 기준으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노령화돼가고 있다.여기에다 조기은퇴 추세,평균수명 증가 등으로 개인들은 은퇴 후 생애가 점점 길어져 '트리플 30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난 10년간 가계들의 부채(負債)는 소득을 두 배 이상 앞질러 증가한데다 노후대책은 고작 퇴직금이나 연금보험 정도에 의존하는 데 머물러 선진국에 비하면 사실상 대책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근로소득자들이 은퇴 후 원하는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평균 8억원 이상의 노후자금이 필요하지만 이 정도의 돈을 준비할 만한 가계는 부유층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재무설계를 제대로 해본 가계는 드물다.
가계들의 불안정한 노후생활은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은 나라경제를 밑동부터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그러면 건전한 가계경제의 육성과 개인들의 노후생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어떤 대안들이 마련돼야 할까?
첫째 가계들이 적정부채 수준을 유지하고 은퇴 후 노후생활을 안전하게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인생전체에 대한 재무설계를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단순한 재테크가 아닌 종합적 재무설계를 통해 자산과 부채를 리모델링하고 은퇴 후에 필요한 밑알(nest egg)을 미리 마련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재무설계는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
절반에 가까운 미국의 가계들이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들로부터 재무설계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둘째 개인의 노후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3층 보장체제를 핵심적인 사회안전망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현재 고갈이 우려되고 있는 국민연금,지난해 도입돼 아직 4% 내외의 저조한 전환율을 보이고 있는 퇴직연금,가입률이 저조한 개인연금 등으로는 가계의 노후대책이 제대로 수립될 수 없음이 명약관화하다.
선진국의 전문가들이 은퇴 후 필요한 노후자금의 70~80%가 연금에서 충당돼야 한다는 조언에 귀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앞으로 정부의 금융정책도 지금까지 역점을 두었던 제도개혁으로부터 벗어나 개인 또는 가계가 전 생애에 걸쳐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역량(financial capacity) 강화에 초점을 둔 정책들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고객의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종합적인 재무설계 서비스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정부는 물론 민간차원에서도 소비자들의 금융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소비자교육 프로그램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이제 로마제국의 몰락이 가정의 붕괴로부터 비롯됐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면서 우리 가계경제가 보다 튼튼하고 건강하게 거듭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와 슬기를 짜내야 할 때다.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