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최대 고민은 '유동성 과잉' … 이성태 총재 "은행권 中企대출 속도 빠르다"

한국은행의 요즘 최대 고민은 '과잉 유동성'이다.

잇따른 통화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시중 유동성이 계속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다.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고민은 그대로 반영됐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4.5%의 콜금리 동결을 발표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몇 달 동안 은행의 대출 증가 속도가 빠르고 이로 인해 통화 수위가 높아졌다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최근의 경기 회복 추세가 지표로 확인만 되면 언제든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기 대출 속도 지켜보겠다"

이 총재는 이날 "대출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신호로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5월 이후 여신 증가 속도가 계속 빠른 속도로 늘어날지 아니면 어느 정도 감속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에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와 안정된 물가 수준 등을 감안해 콜금리를 동결했지만 앞으로도 통화량이 계속 급증한다면 유동성 흡수를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이 총재는 그러나 그동안 유동성 흡수 수단으로 써온 지준율 인상이나 총액한도대출제도 등은 어디까지나 보완적이고 제한적인 통화정책 수단임을 강조했다.

유동성 흡수를 위해 한은이 꺼내들 다음 번 카드는 콜금리 목표치 인상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들어서면 한은이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긴축 여부는 통화 증가율의 속도와 경제 상황이 관건"이라며 "통화 긴축 방식은 그동안의 지준율 인상과 공개시장 조작 등을 통한 유동성 흡수 방식에서 향후 콜금리 목표치 인상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또 시중자금 사정이 빡빡해 실세 콜금리가 목표치를 크게 이탈하더라도 장기간 지속하는 것이 아니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실세 콜금리가 목표치와 괴리를 보이는 것이 장단기 자금 조달과 운용 간의 지나친 불일치를 제한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시적으로 콜금리가 오르더라도 즉각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달 말 콜금리가 목표치(4.5%)를 0.59%나 이탈해 5.09%까지 급등하는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그러나 시중 유동성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외국 은행 지점의 단기 외채 급증과 관련해서는 "금융감독원과 공동 검사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KDI "통화정책 불확실성 축소해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콜금리가 목표 수준에서 괴리돼 있는 정도는 다소 과도하며 금융시장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KDI는 "콜금리 운용 목표치는 통화당국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것인데 큰 괴리를 장기간 방치하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이는 금리정책의 유효성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KDI는 그러나 "실세 콜금리와 운용 목표치의 괴리를 축소하는 방법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거시경제의 상황을 판단해 선택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