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ㆍ박근혜 '마이웨이' … 두나라당 되나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마이웨이'식 선언을 하고 나섰다.

강재섭 대표가 제안한 중재안을 수용한 이 전 시장은 10일 내친 김에 당 대선 후보 출마 선언을 강행하면서 '기선 잡기'에 나섰다.반면 박 전 대표는 중재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경선 불출마까지 시사하는 등 '강수'를 던졌다.

각기 제 갈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한나라당이 점점 파국 쪽으로 치닫고 있는 국면이다.


◆ 李 "최고권력자 아닌 최고 경영자 되겠다"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고심끝에 이날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 지도부의 '경선 룰'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돌입한 것.경선 룰 문제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지도부의 중재안을 거부하고 있는 박 전 대표 측과 차별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이 전 시장은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잘사는 국민,따뜻한 사회,강한 나라'를 집권 후 청사진으로 제시하면서 "말 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일 잘하는 대통령,국가 최고 권력자가 아니라 국가 최고경영자가 되겠다"고 대권 포부를 밝혔다.그는 "지난 10년간 우리가 발전의 위기를 겪은 책임은 리더십에 있다.

무능한 이념세력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새 길을 여는 '창조적 리더십'으로 중산층의 나라,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나라,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가 바로 제가 꿈꾸는 세계 일류 국가"라며 "7% 경제성장,4만달러 소득 달성,세계 7대 강국 진입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박 전 대표의 중재안 거부 움직임에 대해서는 "저도 이번 결정에 누구 못지 않은 불만이 있다.

민심의 반영수준이 사실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국민의 따가운 눈총과 화합을 요구하는 당원들을 외면할 수 없어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따르기로 했다.

박 전 대표는 어느 누구보다 한나라당을 사랑한다"고 말해 박 전 대표의 '결단'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출마선언에 앞서 캠프 참모인 백성운 전 경기부지사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보내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


◆ 朴 "1000표 줄테니 '8월-20만명' 원안대로"

박근혜 전 대표의 표정은 단호했다.

그는 이날 고양 당원간담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강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가 없다.

거부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9일까지만 해도 단정적으로 '거부'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배수진을 친 것이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런 식(중재안)으로 가면 원칙도 없고 경선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경선 불참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당 내에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경선 불참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분열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당 내에 퍼졌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차라리 1000표를 줄테니 원래 합의된 룰(8월-20만명)대로 하자"고 말한 대목은 이 전 시장 측의 감정을 극도로 자극했다.

경선 불참 시사에 대해 박 전 대표 측 최경환 의원은 '국민투표율 67% 하한선 보장'규정을 들며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경선을 치르면 안되고,원칙대로 하지 않는다면 경선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 측은 그러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단호하게 '노'라고 답하고 있다.

최 의원은 "누가 만든 당인데,왜 나가야 하나"라며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을 위해 뭘 했나.

나가려면 자기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당에 대해 부인하면서 강 대표가 제시한 중재안으로 진행될 경선에는 불참을 시사한 데 대해 '고강도 압박용'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재안을 다시 수정하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란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주포'들을 총동원,중재안의 위헌성을 부각시켰다.또 중재안의 전국위 상정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