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TA 재협상 요구하나" 촉각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한국 등 4개국과 타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노동·환경 기준 등을 추가로 반영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조만간 재협상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정부는 기본적으로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강력히 요구해 올 경우 비준을 위해서라도 추가 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재협상 요구하나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민주당)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워싱턴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FTA 협상에 포함시켜야 할 노동·환경 기준 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결국 미 민주당의 요구를 공화당 행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압승으로 미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지난 3월27일 자신들의 시작을 반영해 노동 환경 등을 강조한 '신통상정책'을 발표한 뒤 이를 행정부가 채택하도록 요구해왔다.특히 6월 말 종료되는 무역촉진권(TPA) 연장이 필요한 미 행정부에 대해 민주당은 "신통상정책을 받아주지 않으면 TPA를 주지 않겠다"며 압박해왔다.

이날 합의된 미국의 FTA 관련 신통상정책은 협정 상대국에 대해 △노동에 있어 결사의 자유,단체교섭권 인정 등 국제노동기구(ILO)의 5개 기준 △환경에서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 등 7개 주요 국제환경협약 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런 의무를 위반할 경우 무역보복까지 가능한 일반분쟁해결 절차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한·미 FTA는 노동과 환경 분야에서 각각 특별분쟁해결 절차를 설치해 위반사항이 있으면 벌금(최대 1500만달러)을 내고 이를 특별기금에 넣어 노동 및 환경 여건 개선에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일반분쟁 해결 절차가 도입된다면 노동·환경 관련 분쟁이 생길 경우에도 무역보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재협상은 없다"는데….

"재협상은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11일 오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방문해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한 데 대해 김 본부장은 "재협상은 불가하며 어떤 경우에도 현재 이뤄진 협상 결과의 균형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도 아직은 한국에 재협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미국은 정부와 의회가 합의한 만큼 조만간 재협상 제의를 해올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 민주당이 비준하지 않을 수 있는 점,과거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도 미국 압력으로 개정된 점 등을 감안할 때 한국 정부도 미국의 요구를 무턱대고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는 "미 행정부가 의회 비준이 어렵다며 수용을 요구할 경우 전면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며 "다만 그 형태는 이미 가서명된 협정문을 수정하는 '재협상'보다는 노동조항 등에 대해 부속서를 덧붙이는 형태의 추가 협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추가 협상이 이뤄질 경우 한·미 FTA 반대론자가 다른 부분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가능성이 적지 않아 파장이 예상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