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 "청와대 초대 거절후 대마초로 구속됐다"

거친 시대와 삶을 살아낸 강하고 아름다운 여배우 김부선이 15일 방송되는 EBS '시대의 초상'에 출연해 이제까지 차마 밝히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솔직한 어조로 털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전 에로배우가 아니라 그냥 배우예요"라고 주장하는 그녀가 처음 털어놓는 놀라운 증언들이 적잖은 파장을 가져올 전망이다. 80년대 초부터 2000년대까지 스크린을 누벼온 여배우, 딸을 훌륭히 길러낸 어머니, 미혼모이며 대마초 흡연 전과자, 또한 대마초 비범죄화 운동을 주도하는 운동가라는 다양한 이름을 가진 김부선. 그녀만큼 오해와 편견, 그리고 환호가 엇갈리는 배우도 드물 것이다.

“배우에도 장르가 있나요? 전 에로배우가 아니라 그냥 배우에요.”

80년대 초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정권은 광주민주화 운동 이후 민심수습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스포츠와 영화, 섹스를 무기로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려 했고, 에로티시즘 영화들의 무더기 제작, 상영 역시 그 일환이었다. 애마부인 3의 히로인, 염해리(김부선의 예명)로 더 유명하지만, 당시 이미 그녀는 169센티의 훤칠한 키, 서구적인 스타일과 독특한 분위기로 급부상한 패션모델계의 샛별이었다. 한번도 연기수업을 받지 못한채 전격발탁된 애마부인 3. 베드신은 커녕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흐느껴 우는 간단한 연기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그녀 때문에 당시 조감독이었던 강우석 감독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는 수없이 정인엽 감독은 당시 인기를 끌었던 차탈레 부인 시리즈 테이프를 던져줬고 그걸보고 따라했던 영화 애마부인3는 ‘에로배우’라는 낙인을 남기고 만다. 김부선은 반문한다. “애마부인3의 상대역이었던 이정길, 그리고 수많은 에로티시즘 영화에 나왔던 당대의 여배우들은 그냥 ‘배우’로 불리는데 왜 자신에게만 ‘에로배우’라는 꼬리표를 붙이느냐”고.

미국이 대마를 불법화 한지 50여 년, 박정희 정권의 대대적인 ‘대마초 연예인’ 구속 폭풍 이후 76년 대마관리법이 제정된 지 30년만에 처음으로 대마 비범죄화 투쟁에 나선 사람, 바로 김부선이다. 박찬욱 감독 김동원 감독과 강산에 신해철 등 아낌없이 지지해준 동료들과 성금을 모아준 다음의 팬까페 ‘해리부선’의 회원들을 잊을 수 없다는 그녀.

하지만 대마초로 구속됐던 모 연예인은 그녀에겐 큰 실망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최근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대마초를 끊을 수 있었던 것은 교도소 알몸조사의 수치감 때문'이었고 대마초 비범죄화 주장에 대해 일언지하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다. 이렇게 대마초와 관련된 기억은 모조리 지우고 싶어하는 이도 있건만 그녀는 2004년 대마를 마약으로 규정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심지어 소송비도 자비로 부담하고 항소이유서도 직접 썼던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도 나서지 않는 거친 가시밭길에 나섰던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상반기 기대작 영화 ‘황진이’에서는 감독에게 새로운 씬을 제안해내 슬픔과 기쁨이 어우러진 소름돋는 연기로 갈채를 받았다. 개봉전이지만, 이례적으로 스탭들을 놀라게 한 문제의 장면이 첫 공개된다.

제작진은 “그동안 숱한 그녀의 기사에서 담지 못했던 김부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며, 5공 정권부터 지금까지 목격한 사법부와 우리 사회 지도층들의 거짓과 위선을 생생한 에피소드와 함께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86년도, 85년도? 어떤 감독님한테 청와대에 초대 받았는데 갈 수 있냐고 물어봤다. 전두환 파티할 때 갈 수 있냐고. 안 간다고 했어요. 그게 나야. 왜 안 간다고 했는지 몰라. 자존심 때문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싫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그래요! 그러더라고. 그래서 그 이후에 내가 히로뽕이나 대마초에 구속이 된 걸 보면 과연 이게 한 사람의 보복이 아니었을까도 들어요. 왜냐면 제가 한 사람한테 피해를 주거나 그래서 적발된게 아니라 누군가가 저를 밀고해서 잡혀갔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무관하진 않죠."라고 충격적 주장을 하기도 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대한민국에서 여성 연예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내용의 방송에서 김부선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남성 연예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혹한 잣대가 가해지는 여성연예인의 현실을 주장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출연한 후 악성리플에 시달렸다는 배우 김부선은 "영화 '애마부인'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생활이 부도덕한 여자로 찍혔다. 연기를 하고 싶어 20년을 기다린 늙은 여배우에게 돌아온 것은 기껏해야 모바일 화보였다. 마약으로 물의를 일으킨 후 20년이 지났지만 단역으로 생활도 어려울만큼 여전히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던 바 있다.에로배우와 대마초 배우, 그리고 미혼모...대한민국 여성으로서 가장 가혹한 굴레들을 한몸에 짊어지고도 거친 시대를 씩씩하게 걸어온 김부선. 그녀의 진실이 담긴 목소리는 5월 15일 방송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 한경닷컴 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