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기업회계 준칙 일대 혁명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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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 항목 없애고 '포괄이익' 대체기업 재무제표의 축을 이루는 손익계산서의 맨 아랫단을 차지하고 있는 당기순이익 항목이 미실현 이익이 포함된 포괄이익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로 도입될 포괄이익은 영업활동이나 재무활동 등으로 세분화돼 기업 실적을 좀 더 충실하게 반영하게 된다.월스트리트저널은 민간기구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가 국제 회계기준을 획기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며 연말께 수정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14일 보도했다.
투자자들에게 알기 쉽고 유용한 기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수백 년 관행을 바꾸는 것이어서 실제 도입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미실현 이익도 포함FASB가 내놓은 초안에 따르면 새로운 손익계산서에는 순이익(net income) 대신 포괄이익(comprehensive income)이 들어갈 전망이다.
매출에서 각종 비용과 세금을 빼고 남은 금액인 당기순이익은 지금까지 회계장부의 결론과도 같은 기능을 해왔다.
하지만 이미 실현된 이익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이를 대체할 포괄이익은 시장에 거래되지 않은 미실현 이익까지 반영하게 된다.
점점 중요해지는 지식재산권 등 무형의 자산도 포함해 시대 변화에 맞추자는 취지다.
순이익 개념의 또 다른 문제는 실현된 이익과 그렇지 않은 이익의 구분이 임의적이라는 점.경영자가 실적에 쫓겨 이익을 부풀린 2001년 엔론 사태도 그런 토양에서 생겼다. 이에 따라 새 손익계산서는 영업활동과 투자활동,재무활동별로 포괄이익을 별도 계상토록 하고 있다.이효익 한국회계기준원(KAI) 원장은 "순이익만으로 복잡한 기업활동의 성과를 파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예전부터 받아왔다"며 "초안대로 확정된다면 경영자가 장기적 안목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실현 이익도 합산해 파악할 수 있어 기업 성과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차대조표도 기업활동별로 개편
기업 회계장부의 상징은 좌변에 자산을,우변에 부채와 자본을 기록하는 대차대조표다.
복식부기라는 말이 거기서 나왔다. 기업활동을 한눈에 보여준다지만 활동별 자산과 부채를 상세히 전달하지 못하는 단점을 갖고 있다.
FASB는 이에 따라 경영,재무,법인세 및 자본 등 네 가지로 분야를 나누고 분야별 자산과 부채를 각각 계상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경영 부문은 영업활동과 투자활동으로 다시 나뉜다.
손익계산서처럼 분야별로 나눠서 자산과 부채 현황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자는 취지다.
◆19세기 이후 최대 변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유지돼온 회계 시스템을 대체하는 큰 변화인 만큼 반대 의견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대학의 스티븐 제프 교수는 "순이익은 회사의 주가 가치를 판단하는 기본"이라며 "기업들이 이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이 무엇으로 기업을 판단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포괄이익은 연금 지급 계획 등에 따라 단기적으로 크게 변동할 수 있어 분기별 또는 연도별로 기업의 실적 추이를 파악하고 예측하기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적잖은 저항이 예상된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의 개리 존 프레비츠 교수는 "교과서뿐 아니라 모든 계약서와 금융 서식을 바꿔야 하는 만큼 비용만 해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상장 기업부터 국제 회계기준을 도입하기로 한 우리나라도 변화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권성수 KAI 연구실장은 "FASB 측이 내놓는 초안이 실제 적용되려면 많은 논의가 필요한 만큼 몇 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