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제 회계혁명서 낙오 않으려면

최상태 <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

최근 국제적 회계기준 제정 기관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국제 회계기준(IFRS)과 미국 회계기준의 통합을 논의하면서, 기존의 회계 기준을 획기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당기순이익 정의를 미실현 이익을 포함한 포괄이익 개념으로 변경하는 것, 손익계산서의 형식을 영업 활동이나 재무 활동 등으로 구분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한 대차대조표도 영업 활동과 투자 활동 등의 분야로 나누고 분야별로 자산과 부채를 계상하는 방식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수세기 동안의 회계 관행을 바꾸는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의 재무보고 모델은 기존의 재무제표 및 사업보고서 형식을 통해 정기적으로 재무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과 정보기술 발달에 따라 국제 교역과 영업 활동에 대변혁이 일어났듯이 기업의 재무 보고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래의 재무보고 모델은 투자자나 기타 정보 이용자의 관점을 반영하여 결정되어야 하며 기업가치 평가에 필요한 미래지향적(Forward-looking) 정보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의 재무 정보는 지나치게 과거 실적에 대한 회계 수치를 중시하고 있으며, 따라서 전통적 회계 정보만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비판이 높아져 왔다. 무형자산 가치의 평가나 포괄이익 개념의 도입 등 IASB와 FASB의 논의 주제도 이러한 전통적 재무보고 모델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재무보고 모델의 변경은 회계, 감사 및 감독 규정의 통합을 통해 국제적 정합성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회계의 변혁은 상당 부분 예견되어 온 것이며 현대 자본주의의 근간인 회계 제도의 변화는 당연히 기업 경영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역으로 이 흐름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며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변혁에 제대로 부응하려면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첫째,우리나라 감독기구와 회계기준 제정기구가 국제적 기준제정 활동에 적극 참여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입장이 국제기준 제정 단계에서 반영되도록 하고 채택된 기준을 준수하여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둘째, 전 세계적 회계 기준의 제정 및 운영 방식이 규칙중심 기준(Rules-based standards)보다는 원칙중심 기준(Principles-based standards) 방식으로 통합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FRS가 전면 도입되면 옷(기준)은 원칙 중심이지만 몸통(적용과 운영)은 규칙 중심이 될 위험이 상존한다. 회계 기준의 해석과 실무 적용은 감독기관의 권위적인 해석보다는 전문가의 건전한 판단을 존중하는 원칙 중심으로 되어야 한다.

셋째, 회계 및 감사 기준의 통합과 함께 감독 규정 및 제도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는 노력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최근의 국내 회계제도 개혁은 집단소송제 도입, 회계법인 강제 교체 등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스스로 평가 절하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내 감독규정이나 제도도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넷째,국제 회계기준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개별 기업의 전사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있어야 한다. 국제 회계기준의 전면 도입은 단순한 회계기준 변경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성과 평가 및 업무 프로세스 자체의 변화를 초래하며 따라서 전사적 차원에서 영향 분석을 실시하고 업무프로세스 개선 및 시스템 정비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제 회계기준의 성공적인 도입과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회계 관련 전문인력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양성이 필요하다. 전문인력 개발엔 시스템 투자와는 달리 장기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기업,회계법인,관련 교육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회계전문 대학원의 설립 등이 국가 전략과제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