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지역주의로 후퇴조짐"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지역주의 심판론을 꺼내들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27주년 기념식'에 참석,최근 정치권의 지역주의 부활 움직임에 대한 국민적 심판과 함께 민주세력의 정권 재창출 필요성을 강력히 역설했다.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우리정치의 지역주의가 아직 남아 있다.

유감스럽게도 다시 지역주의로의 후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이 지역주의 극복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지역주의는 어느 지역 국민에게도 이롭지 않다.오로지 일부 정치인들에게만 이로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주의에 편승한 호남·충청 연대론만으로는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없으며 탈(脫)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세력의 대동단결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노 대통령의 정치적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지난 7일 청와대 브리핑에 직접 올린 글을 통해 열린우리당의 해체 주장을 지역주의로의 회귀라고 비판한 것과 연결돼 있다.노 대통령은 비록 특정 정치인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범 여권 통합과정에서 '호남·충청 연대론'을 주장하는 일부 대권주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우리당 해체를 주장한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을 다시 한 번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 탄생의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지역주의 부활의 정치적 거점이 되고 있는 광주에서 지역주의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요구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노 대통령은 최근 "지역정치는 호남의 소외를 고착시킬 것"이라고 밝히면서 일부 범여권 대권주자들이 주장하는 호남 중심의 통합 또는 호남·충청 연대론은 '필패'(必敗)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또 "지난 대선과 그 이후 선거에서 영남에서도 유권자의 30% 내외가 자기 지역당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역주의에 기대지 않고 '영남의 30%'를 함께 끌어안고 갈 수 있는 노선이 정권 재창출의 길이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보수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제기하는 '민주화세력 무능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군사정권의 경제 성과를 부인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군사정권의 업적은 부당하게 남의 기회를 박탈하여 이룬 것이며,그 업적이 독재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업적이었다는 논리는 증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우리가 지역주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유종필 대변인도 "노 대통령은 사실상의 전국정당이었던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매도하면서 분당시켰고,'호남사람들이 나 좋아서 찍었나,이회창씨 미워서 나 찍었지'라는 둥 호남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동서화합에 역행하는 언행을 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