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되레 문 걸어잠근 美 이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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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원 < 법무법인 한울ㆍ미국변호사 james@hanullaw.com >
이민의 나라 미국의 상징인 뉴욕 자유의 여신상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당신들 가난한자와 지친자,자유를 갈망하는 무리, 버림 받은 자, 집 없는 이들과 세파에 휘둘린 자들을 오게 하라. 이들을 위해 기회의 문 옆에서 나의 횃불을 높이 들리라." 미국은 1600년대의 청교도들로부터 유럽의 여러 인종들을 거쳐 아시아인의 보금자리로, 마침내 전 세계 모든이들의 궁극적인 기착지로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두었던 나라다. 그러나 오늘날 이 미국의 높은 이상은 기로에 서 있다.
지난주 미 상원은 그동안 지리하게 끌어오던 포괄이민개혁법 (Comprehensive Immigration Reform)에 대한 'Grand Bargain' 즉 '대 타협'을 이루어 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이 타협안은 가족초청이민 문제를 해결하고 이민의 문호를 더 넓게 열겠다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적인 안목으로 보면 급조된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미국이 지향하던 개방주의가 아니라 철저한 감시와 제재를 통해 선별된 이민을 지향한다는 면에서 미국이민정책이 크게 바뀌는 걸 의미한다.
현재 미국은 약 1200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들의 값싼 노동력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사회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어설픈 규제로 이민문제를 해결하려던 클린턴 행정부의 1996년도 개혁이민법의 원인이 크다. 6개월 이상의 불법체류자는 3년, 1년 이상의 불법체류자는 10년 동안 미국 입국 금지라는 초강수와 불법체류자들의 미국에서의 합법적 신분변경이 금지되면서 체류기간을 넘겨 미국에 남게 된 많은 사람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그런 10년 사이 미국 내 불법체류자는 이제 12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당시 어정쩡한 대책이 문제를 걷잡을 수 없이 확대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정부와 미의회의 과감한 접근과 신축성 있는 법안이 필요한데도 이번 상원안은 신축성은 생색용이고 어마어마한 규제와 통제를 잔뜩 담아놓고 있다. 상원의 'Grand Bargain'은 말 그대로 '큰 (값싼) 흥정'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본 타협안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적체되어 있는 가족초청이민의 해소 △30세 미만의 불법체류자들의 구제 △비숙련 비자 등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취업이민의 점수화,가족이민의 향후 축소를 포함한 영주권취득의 전반적인 축소 및 강한 규제 등이 핵심이다. 상원 타협안의 제1항은 미국 국경의 요새화로 표현될 만큼,철옹성 같은 국경을 만들고 출입 규제 강화에 드는 인력과 물자를 대폭 확충하는 한편 불법체류자 색출 및 노동자들의 신분확인 의무화와 고용주에 대한 강력한 체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정치인들은 9·11 사태 등으로 위축된 미국민의 안전에 대한 심리를 애꿎게 이민자들에 대한 제재와 견제로 몰아간 측면이 크다. 이는 필자가 그 땅에서 자라면서 진정으로 감화되었던 대범한 미국의 모습이 아니라 지레 겁먹고 문을 닫아거는 좀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와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아직 본 타협안이 부시대통령의 서명으로 법제화되기까진 약간의 시간과 기회가 있어 부정적인 조항들을 수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면 껄끄러운 이민법안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앞으로 몇 주가 이민법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상원 대타협안의 큰 틀을 바꾸기엔 물리적으로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만약 타협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하원은 이미 이민 포괄개혁법안을 다루지 않겠다는 의사를 천명했으므로 이민법안은 다시 끝없이 표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향후 미국의 정치스케줄로 볼 때 이민법안은 대선 이후인 2009년에나 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상원안이 적기에 의결되더라도 그 내용은 초여름의 맑고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장마 후 끈적끈적하고 숨막히는 한여름의 습한 바람으로 미국불법체류자나 이민을 꿈꾸는 이들의 가슴에 와닿을 것이다.
이민의 나라 미국의 상징인 뉴욕 자유의 여신상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당신들 가난한자와 지친자,자유를 갈망하는 무리, 버림 받은 자, 집 없는 이들과 세파에 휘둘린 자들을 오게 하라. 이들을 위해 기회의 문 옆에서 나의 횃불을 높이 들리라." 미국은 1600년대의 청교도들로부터 유럽의 여러 인종들을 거쳐 아시아인의 보금자리로, 마침내 전 세계 모든이들의 궁극적인 기착지로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두었던 나라다. 그러나 오늘날 이 미국의 높은 이상은 기로에 서 있다.
지난주 미 상원은 그동안 지리하게 끌어오던 포괄이민개혁법 (Comprehensive Immigration Reform)에 대한 'Grand Bargain' 즉 '대 타협'을 이루어 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이 타협안은 가족초청이민 문제를 해결하고 이민의 문호를 더 넓게 열겠다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적인 안목으로 보면 급조된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미국이 지향하던 개방주의가 아니라 철저한 감시와 제재를 통해 선별된 이민을 지향한다는 면에서 미국이민정책이 크게 바뀌는 걸 의미한다.
현재 미국은 약 1200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들의 값싼 노동력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사회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어설픈 규제로 이민문제를 해결하려던 클린턴 행정부의 1996년도 개혁이민법의 원인이 크다. 6개월 이상의 불법체류자는 3년, 1년 이상의 불법체류자는 10년 동안 미국 입국 금지라는 초강수와 불법체류자들의 미국에서의 합법적 신분변경이 금지되면서 체류기간을 넘겨 미국에 남게 된 많은 사람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그런 10년 사이 미국 내 불법체류자는 이제 12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당시 어정쩡한 대책이 문제를 걷잡을 수 없이 확대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정부와 미의회의 과감한 접근과 신축성 있는 법안이 필요한데도 이번 상원안은 신축성은 생색용이고 어마어마한 규제와 통제를 잔뜩 담아놓고 있다. 상원의 'Grand Bargain'은 말 그대로 '큰 (값싼) 흥정'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본 타협안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적체되어 있는 가족초청이민의 해소 △30세 미만의 불법체류자들의 구제 △비숙련 비자 등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취업이민의 점수화,가족이민의 향후 축소를 포함한 영주권취득의 전반적인 축소 및 강한 규제 등이 핵심이다. 상원 타협안의 제1항은 미국 국경의 요새화로 표현될 만큼,철옹성 같은 국경을 만들고 출입 규제 강화에 드는 인력과 물자를 대폭 확충하는 한편 불법체류자 색출 및 노동자들의 신분확인 의무화와 고용주에 대한 강력한 체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정치인들은 9·11 사태 등으로 위축된 미국민의 안전에 대한 심리를 애꿎게 이민자들에 대한 제재와 견제로 몰아간 측면이 크다. 이는 필자가 그 땅에서 자라면서 진정으로 감화되었던 대범한 미국의 모습이 아니라 지레 겁먹고 문을 닫아거는 좀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와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아직 본 타협안이 부시대통령의 서명으로 법제화되기까진 약간의 시간과 기회가 있어 부정적인 조항들을 수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면 껄끄러운 이민법안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앞으로 몇 주가 이민법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상원 대타협안의 큰 틀을 바꾸기엔 물리적으로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만약 타협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하원은 이미 이민 포괄개혁법안을 다루지 않겠다는 의사를 천명했으므로 이민법안은 다시 끝없이 표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향후 미국의 정치스케줄로 볼 때 이민법안은 대선 이후인 2009년에나 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상원안이 적기에 의결되더라도 그 내용은 초여름의 맑고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장마 후 끈적끈적하고 숨막히는 한여름의 습한 바람으로 미국불법체류자나 이민을 꿈꾸는 이들의 가슴에 와닿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