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日 군사대국화 지켜만 볼순 없다

金慶敏 < 한양대 교수·정치외교학 >

일본이 1947년 제정한 이른바 평화헌법 제9조의 개정작업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지난 14일 일본국회는 국민투표법을 가결시켰고 이는 헌법개정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일본헌법 제9조는 개헌안(改憲案)이 중·참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으면 헌법개정이 가능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국민투표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헌법개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다만 국민투표법이 성립되고 3년 동안은 개헌 원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거나 심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투표연령은 18세 이상으로 하고 헌법개정안은 국회 발의(發議)로부터 60일 이상 180일 이내에 투표를 실시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우익인사들은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패전으로 군사력을 해체당하고 헌법에도 군사력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제9조를 개정할 수 있는 기회를 60년 성상(星霜)을 지나며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9조는 육·해· 공군력을 보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제분쟁에도 파견할 수 없어 자위대의 해외작전을 해야하는 일본으로서는 헌법 9조가 이만저만 걸림돌이 아니었다.

헌법 9조가 개정되면 일본이 스스로 말하는 '보통국가',즉 무력을 일본의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일본은 그동안 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정치적 작업을 추진해 왔다.

다름 아닌 국회의원 선거 방식이었다.

일본은 한 선거구에서 3~5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정당도 중·참의원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충족하기 어려웠다.

군소정당이 적당한 의원 수를 확보하고 난립해 있었기 때문에 최대 정당인 자민당이 친(親)자민당 정당들과 연합한다 해도 3분의 2 이상 의원을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중선거구 제도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돈이 많이 든다는 구실을 대고 소선거구제로 변경해 양대 정당제도를 확립시키려고 선거제도를 바꾼 것이다.

그 결과로 고이즈미 정권 때는 자민당이 공명당과 연합해 의결 정족수 3분의 2를 확보하는 쾌거를 보여 자민당은 헌법개정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이제 시간만 흐르면 헌법 개정은 현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헌법개정을 하는 것은 일본의 문제인데 왜 한국이 큰 관심을 갖는 것일까. 첫째는 일본이 헌법 제9조를 개정해 명실공히 보통국가로 거듭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일본은 이미 군사대국인데 군사력이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가격의 첨단 무기로 무장돼 있는 일본이 군사력 규제의 족쇄가 풀리기 때문에 한국 등 주변국가들은 무장능력면에서 감히 대항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이제 겨우 한 척을 도입하려는 이지스함도 무려 6척이나 갖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고 잠수함도 매년 한 척을 건조하고 한 척을 퇴역시키는 나라는 세계에서 일본밖에 없다.

두 번째는 중국과의 군비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2005년 말 발표된 신(新)방위계획대강에서 중국을 북한과 함께 안보 위협국가로 상정했는데 중국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과의 군비경쟁을 유발할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중국과의 군비경쟁이 심화되면 동북아의 안보 불안이 증폭될 것이고 불똥은 한국으로도 튀게 돼 있어 일본의 헌법개정은 동북아의 역학구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그들의 헌법을 고치겠다는 것을 막을 길은 없다.

그러나 헌법개정으로 발생할 여러 가지 안보불안 요인들을 상정해 외교적으로는 동북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군비경쟁체제가 되지 않도록 한·중·일 간의 안보대화 체제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국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약소한 한국이 안보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군사적으로는 주변국에 대해 효율적인 전쟁억지력 확보를 위한 첨단무기 중심의 전력을 가질 수 있도록 풍부한 경제력을 갖추면서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동맹관계도 굳건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