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모델하우스

경제학자이자 유행분석가인 다비트 보스하르트는 21세기 시장 트렌드를 분석한 '소비의 미래'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는 마케팅이 세상 모든 사람을 손님으로 초대하고 광고가 진행을 맡은 시대에 살고 있다.' 또 '쇼핑의 유혹' 저자인 토머스 하인은 쇼핑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9가지를 꼽았다.

파워,책임,발견,자기표현,심리적 불안,관심,소속감,축하,편의가 그것이다.

소비는 마케팅과 광고에 좌우되고,마케팅과 광고의 핵심은 구매자에게 자신의 힘과 선택에 대한 책임,소속감 등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아파트 모델하우스(견본주택)가 왜 자꾸 호화스러워 졌는지 전해주는 대목들이다.

실제 모델하우스에 가보면 눈이 번쩍 뜨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신·초대형 가전제품,공간과 벽지에 딱 어울리는 독특하고 산뜻한 디자인의 가구와 침대,은은한 간접 조명기구와 인테리어 소품,곳곳의 그림과 조각,심지어 주방기구와 식탁 장식용 그릇,화장실 소품까지 화려하고 예뻐 그야말로 보는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다.

최소한의 가구만 배치한 데다 베란다를 튼 공간은 실제보다 훨씬 넓어보인다.

그러나 모델하우스가 보여주고 알려주지 않는 것도 수두룩하다.

주변환경,진입로,주차장 진.출입 편의성은 물론 윗집에서 들리는 소음의 정도도,아래윗집 생선굽는 냄새가 스며드는지 여부도 짐작할 길 없다.

그런데도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현관 대리석이 호사스러우면,욕조와 주방가구가 수입품이면 앞뒤 가릴 것 없이 덤벼들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다.

여기에 투자가치 운운하면서 경품행사까지 곁들이면 더욱 마음이 동하게 마련이다.

멋진 모델하우스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것을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비용은 분양가에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지나친 치장도 문제지만 현장청약 과열을 막는답시고 100억원짜리를 청약 전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어이없다.

차제에 모델하우스 운영에 대한 적절한 방안이 강구되기를 기대한다.

더 필요한 건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겠지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