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거품붕괴 우려속 웬 부동산 경기 바닥론?

요즘 들어 나라 안팎에서 부동산 경기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엊그제까지 거품붕괴를 우려했던 점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다.그런 만큼 이 바닥론의 실체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올 들어 선진국 부동산 시장은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침체 상태를 보였던 영국 호주 스페인 등도 회복세로 돌아섰다.개도국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과열을 우려할 정도다.

이 때문에 이번 부동산 경기 바닥론의 중심에는 미국과 한국이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에 바닥론이 제기되는 것은 최대 현안이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처럼 금리 인하보다는 유동성 공급으로 풀어가면서 이제는 이 현안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는 것이 시장참여자들의 평가다.

실물경기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공식적으로는 나중에 확인되겠지만 이미 미국 경기는 올 1분기에 저점을 통과해 최소한 내년 말까지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 대부분 예측기관의 지배적 시각이다.다만 종전의 회복기에 비해 이번에는 회복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인과관계 결과(causality testing)를 보면 실물경기가 최근처럼 저점을 통과할 때는 주가가 가장 먼저 반응하고 대체로 2분기 뒤에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간다는 게 어느 정도 정형화된 사실이다.

이미 미국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예측기관들의 전망대로라면 하반기로 갈수록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부동산 경기 바닥론은 투자자의 심리도 한몫하고 있다.

경기와 투자자의 심리를 이용해 자산가격을 예측하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로 볼 때 지난해까지 '비관' 쪽으로 기울던 투자자의 심리가 최근에는 '낙관'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투자자의 심리가 낙관으로 기울면 유효 모기지 대출비율(대출건수/상환건수) 등과 같은 부동산 선행지표가 먼저 반응하고 낙관심리 확산 여부에 따라 동행과 후행지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미국보다 뒤늦게 하락 국면에 들어간 우리 부동산 경기도 바닥론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 재건축 가격이나 100%를 하회했던 아파트 분양률에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우리 경기도 저점이 올 1분기냐,2분기냐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으나 하반기부터는 회복 국면에 들어간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예측기관이 의견을 같이한다.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된다면 거품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의 대순환(major cycle)과 소순환(minor cycle)으로 구분해 살펴보면 현 시점에서 공존하는 거품붕괴 우려와 부동산 경기 바닥론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

대순환은 한 나라의 인구 구성을 토대로 부동산 경기를 보는 시각이다.

한 주기가 10년 내외다.

반면 소순환은 정책금리와 세제와 같은 돌발변수에 의해 움직이는 부동산 경기 흐름이다.

한 주기가 4년 이내이나 최근 들어서는 2년 내외로 단기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2009년 혹은 2010년까지 베이비 붐 세대(1945~63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가 지탱하고 있다.

우리도 1955~1965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2015년에 가서야 은퇴하기 시작한다.결국 거품 붕괴 우려 속에 부동산 경기 바닥론은 대순환상으로는 여전히 상승 국면에 놓여 있으나 소순환상으로 금리인상,세제강화,실물경기 둔화 등으로 하락세를 보인 부동산 경기가 회복 국면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