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 경제분야 첫 토론회] '이명박 대운하' 4대1 공방

한나라당 대선 후보 5명이 한 자리에 모여 정책대결을 벌인 '정책비전대회'(경제분야)가 29일 광주 5·18 기념문화관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대선후보 경선이 사실상 막을 올린 셈이다.경제분야를 다룬 이날 토론회의 화두는 단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었다.

이 전 시장은 대운하 구상이 최우선 정책공약인 만큼 적극적으로 홍보전을 폈고,박근혜 전 대표 등 나머지 4명의 후보는 약속이라도 한 듯 연합전선을 펴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표적이 된 이 전 시장은 비록 비판성 질문을 많이 받긴 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타 후보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발언시간을 갖게 되는 '프리미엄'을 누리기도 했다.첫 토론회에서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 최대 쟁점으로 확고히 부상함에 따라 향후 경선 기간 내내 이를 둘러싼 후보 간 공방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한반도의 물길을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운하를 따라 첨단산업단지,관광·문화·유통단지 등을 개발해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공약이다.

첫 포문을 연 고진화 의원은 후보자 상호토론과 지정토론에 할애된 시간 전부를 대운하 구상을 공격하는 데 썼다.그는 "식수원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불러올 수 있는 대운하 구상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이 전 시장은 결단력 있다고 자랑하는 분이니 나라를 절단내는 결단 대신에 다른 결단을 내리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은 아예 이 전 시장을 상대로 일문일답식으로 질문공세를 폈다.

그는 "세계 어느나라를 가더라도 취수원이 있는 곳에 운하를 만들지는 않는다"며 "예를 들어 낙동강 물금취수장 부근에서 선박오염사고가 생길 경우 부산시민들은 몇 달 동안 생수를 사먹어야 하는 곤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한강과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돈을 들이고 있는 마당인데 운하 건설은 수질오염을 가속화시키는 환경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며 "운하를 만들면 흐르는 물을 가둬놓게 되는데 어떻게 수질이 개선된다는 건지 이 전 시장의 주장을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21세기에 운하를 파서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특히 3000만명이 식수원으로 쓰고 있는 한강과 낙동강에서 화공약품이나 시멘트를 실은 바지선이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되겠느냐.강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게 아니냐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대운하는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최고의 IT기술이 없으면 못한다"고 말하고 "대운하는 국운 융성의 기폭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을 다니면서 수질 조사를 해봤는데 5대 강 중에서 가장 썩어 있었다.

부산 시민들이 먹는 낙동강도 수질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서 합천 댐 물을 끌어쓰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임시방편적인 대책에서 벗어나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해법으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운하 건설사업"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한강과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는 데 2015년까지 20조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가게 돼 있는데 운하를 건설하면 그만큼을 아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