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에너지 밀월시대' 오나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개발 중인 러시아 서캄차카 해상광구의 원유 매장량이 100억배럴을 넘는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러시아 국영석유업체인 로즈네프트가 한국에 사무실 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가 한국을 주요한 석유 수출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된다.이 때문에 한국이 전세계적으로 거세게 불고 있는 자원 민족주의의 파고를 이겨내고 러시아와 석유 등 에너지 분야에서 밀월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경 5월31일자 A1,5면 참조

31일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서캄차카 해상광구 지분 60%를 갖고 한국 컨소시엄과 함께 탐사 및 개발을 진행 중인 러시아 로즈네프트가 서울에 사무소 개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로즈네프트는 서캄차카 해상광구에서 개발되는 원유뿐 아니라 사할린 유전 등에서 나오는 원유나 천연가스의 주요 판매처 중 하나로 한국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로즈네프트는 가즈프롬과 함께 러시아 에너지 산업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과거 러시아 최대 정유업체였던 유코스 설비를 대부분 넘겨받았다.러시아는 서구 메이저 석유업체와 한 판 전쟁을 치르면서 가즈프롬과 로즈네프트 등을 통한 석유 및 천연가스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등쌀에 못 이긴 영국의 로열더치셸과 일본의 미쓰이 미쓰비시 등은 '사할린2 프로젝트' 지분 중 절반을 가즈프롬에 넘긴 바 있다.

러시아는 또 신규 파이프라인을 건설,유럽에 원유를 직송하는 체제를 모색하는 한편 BP가 참여한 시베리아 동부지역 가스전 개발권을 취소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반면 한국엔 서캄차카 해상광구의 로즈네프트 지분 중 40%를 내주며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도의 국영석유업체인 ONGC 및 중국의 시노펙과도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석유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유럽 미국 일본 등에 대해선 견제전략,한국 중국 인도 등 신흥 대형 소비국에는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한국은 에너지를 둘러싼 이 같은 국제환경을 활용,러시아와 지금보다 진일보된 관계를 형성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석유공사는 현재 모스크바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사할린이나 캄차카반도 등에는 전략거점을 만들지 않고 있으며 직원 일부만 파견한 상태다.정부 역시 자원정상외교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석유공사가 추진 중인 캄차카반도 내 티길 이차 등의 육상광구 참여가 가능토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