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헤지펀드 "재산분할 계약서 가져와"

일부 미국 헤지펀드 업체들이 임직원들에게 배우자와 이혼할 경우 어떻게 재산을 나눌 것인지 명시한 '이혼계약서(postnups)'를 작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31일 보도했다.

회사가 이혼 소송에 휘말려 재산상의 손실을 입지 않도록 배우자 간에 미리 재산 분할을 분명히 해 두라는 주문이다.이 계약서(postnups)는 '혼전 계약서(prenups)'와 내용은 같지만 결혼 후에 작성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혼후(婚後)계약서'인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헤지펀드가 파트너급 직원을 채용할 때는 회사 재산을 이혼 소송의 불똥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이혼계약서 작성을 권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파트너급 직원들의 경우 갑작스런 이혼으로 재산상의 다툼이 일어나게 되면 파트너가 갖고 있는 회사지분 소유권이나 회사가 지급하는 급여를 둘러싸고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혼계약서를 미리 만들고 거기에 재산 분할 등을 명시하라고 요구하는 헤지펀드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헤지펀드 매니저가 자발적으로 이혼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흔하다.올 들어 4건의 이혼계약서를 작성해 줬다는 뉴욕의 한 변호사는 "배우자가 지금 쓰는 돈과 자신의 미래 재산을 구분해 놓아야 한다는 사고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 그런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액을 벌어들이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이혼계약서 작성에 열을 올리면서 이혼 전문 변호사와 회계사, 이혼상담사 등이 덩달아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