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라이프가 인터넷처럼 세상 바꿀것"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 가상세계 '세컨드라이프'가 한국에 상륙했다.

지난달 29일 한국어 사이트를 업그레이드 하고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이제 세컨드라이프 서비스의 90%가 한글화됐다.

세컨드라이프는 미국 린든랩이 2003년에 시작한 인터넷 기반의 3차원 가상세계 서비스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치고 로그인 하면 가상세계 속의 내가 나온다.분신인 아바타다.

이 아바타를 통해 가상세계에서 '세컨드 라이프'를 살 수 있다.

윤진수 린든랩 부사장은 세컨드라이프를 '웹브라우징'이라고 정의했다.자기네는 가상세계의 장(場)을 제공할 따름이라는 의미다.

세컨드라이프를 온라인게임과 비교하는 데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전혀 다르다고 했다.한국어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것에 맞춰 방한한 윤 부사장은 1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위정현 중앙대 교수(콘텐츠경영연구소장)와 세컨드라이프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윤 부사장

한국에서 세컨드라이프 서비스를 하려고 2004년 방한했다.

그때 15개 온라인게임 회사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세컨드라이프를 보고는 '참신하다''재미있다'고들 말했다.

그리고 나선 똑같은 질문을 했다.

'이 서비스의 정체가 뭐냐.온라인게임 아니냐.'그러나 세컨드라이프는 온라인 게임이 아니다.

온라인게임 사용자는 80%가 남자이지만 세컨드라이프는 여자가 40%나 된다.

타깃 연령층도 다르다.

세컨드라이프 사용자의 평균 연령은 32세이고 25~34세 연령층이 가장 많다.


◆위 교수

온라인게임 얘기가 나왔으니 좀 더 논의해 보자.온라인 게임이 비디오 게임,아케이드 게임과 가장 다른 점은 활발한 상호작용이다.

사용자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세컨드라이프는 게임,커뮤니티,인터넷몰,인터넷 광고 등이 융합된 새로운 모델의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세컨드라이프 열풍을 보면서 한국 온라인게임이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윤 부사장

게임,블로그,미니홈피 등 기존 인터넷 서비스는 환경과 방식을 완벽하게 만들어 놓고 사용자들이 즐기도록 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세컨드라이프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만들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이다.

차세대 웹브라우징이라고 할 수 있다.

세컨드라이프에서는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직업을 갖고 집을 빌리고 친구를 만나고….하루 몇 시간씩 세컨드라이프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세컨드라이프는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세컨드라이프의 중심은 사용자다.

◆위 교수=세컨드라이프를 비즈니스 측면에서 접근하는 기업도 많다.

글로벌 마케팅도 가능하고 누구든지 점포를 운영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오프라인 교육을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지만 이러닝을 타진하는 사람도 있다.


◆윤 부사장

세컨드라이프는 마케팅 공간으로도 유용하다.

이미 소니 BMW 리복 IBM 등 많은 기업이 세컨드라이프에 입점했다.

우리는 랜든랩 본사가 캘리포니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컨드라이프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회의도 이곳에서 한다.


◆위 교수

세컨드라이프는 아직 실험 단계다.


◆윤 부사장

15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을 처음 접했을 때 '뭐 이런 게 다 있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세상이 바뀌지 않았나.

세컨드라이프도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다.

우리의 꿈이기도 하다.


◆위 교수

세컨드라이프 가상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탈,범법행위 등에 대한 우려가 많다.

실제로 아동 아바타와 성인 아바타가 성추행하는 모습도 발견됐고 아바타 살인사건도 발생했다.

또 린든 달러(세컨드라이프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실제 달러로 교환할 수 있어서 가상세계 카지노에서 온라인 도박이 성행할 수도 있다.

게다가 총기류도 사고 판다.

인기 있는 누드 비치와 섹스 숍도 문제가 될 것 같다.


◆윤 부사장

예를 들어 얘기하겠다.

어떤 네티즌이 범죄를 저지르자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치자.그 사람이 죄를 저질렀는지는 모른다.

그렇다면 범죄를 권유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도 잘못일까.

이메일이 인터넷을 통해 전달됐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 회사도 책임을 져야 할까.

물론 정부 당국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터넷 환경과 온라인 게임 등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규제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이 서비스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31일 콘텐츠경영연구소 주최로 서울 건설공제회관에서 열린 '가상현실 비즈니스와 차세대 UCC 전략' 토론회에서 이영열 문화관광부 게임산업팀장은 "세컨드라이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선정성,폭행성,사행성 등의 폐단을 막기 위해 등급분류 심의를 거치도록 하겠다"며 "린든 달러와 아이템 환전 문제는 개정 게임산업진흥법에 근거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 교수

세컨드라이프는 기존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다양한 성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든 기업이든 사용자든 모두가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

가상사회의 일에 대해 현실세계의 법을 어느 정도까지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우선 개념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할 것 같다.

한국 서비스 계획이 궁금하다.


◆윤 부사장

한국에서 베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해 한국만을 위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제 메뉴의 90%가 한글화됐다.

그러나 이번 한글 버전이 본격적인 서비스 론칭은 아니다.

기존 서비스의 부족한 점을 업데이트한 수준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다.앞으로 꾸준히 완성도를 높여갈 것이다.

임원기/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